월남에서 온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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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 「이곳의주호는 「닌오아」라는 작은 읍에있소. 「나르랑」에서40 「킬로」지점에 있는 아름다운 항구도시라오. 오는 9월초엔 「퀴논」에 가오. 나는 여기서도 매일 그림 그리기를 잊지않고있소. 이형은 객지생활애서 막걸리 값이 달리지나않는지.』 월남에서 싸우고 있는 젊은 화가가 보내온 편지의 일절이다.
○…이 조국에 있을땐 가난과 외로움에지쳐 한잔의 술이라도 즐겁게 나누어 마시면서 자유분망하고 열정에 찬 예술에의 향수를 뜨거운 우의로 달래며 지내던 그가 지금은 고독하다거나 외롭다는 말한마디를 쓰지 않은채 담담한 말씨로 전해오는 그의 목소리 속에서 나는 더욱 그의고독과 외로움을 알고있다.
○…같은 총각으로 같이 외롭게지내던 그가 지금도 외릅다는 말한마디 할수없음은 그만큼 그가 외롭게지내고있음을 그의 성격으로 미루어알수있기에, 오늘드 나는 「맹호지원사정주호」라 씌어진 봉투를 바라보면서 그에게도 뜨거운 사연이 축복처럼 쏟아져 주었으면 하고빌어본다.<이일성·시인·서용성동구약수동351 노길우씨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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