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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우수 인재 확보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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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이공계를 선택하는 대학생에게 100% 장학금을 줘야 합니다.”

 이희범(64) 경영자총협회장은 최근 공학한림원이 펴낸 ‘2012 공학기술계 우수인력 양성을 위한 조사결과 종합보고서’에서 이공계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전액 장학금을 내세웠다. 이공계 기피 현상을 깰 수 있는 방안의 대부분은 이처럼 대학의 이공계 교육 혁신 쪽에 쏠렸다.

 학생들이 스스로 흥미를 느끼게끔 커리큘럼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38.1%로 가장 많았고, 산·학 연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25.1%에 달했다.

 이공계 교수들의 성의 없는 수업도 질타의 대상이 됐다. 이현순 두산인프라코어 자문은 “몇몇 교수는 20년 전 가르치던 과목을 지금도 똑같이 가르치려고 한다. 세상은 바뀌었는데, 학생들한테 도움이 안 되는 강의를 계속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도연(61) 국가과학기술위원장은 “엘리트 학생에게는 인문학을 포함해 훨씬 더 폭넓은 교육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중·고교 때부터 ‘현장학습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43.2%로 가장 많았고, ‘우수 과학교사를 충원해야 한다’는 생각도 19.2%에 달했다. 윤종용(69) 국가지식재산위원장은 “어떤 것에 호기심을 가졌을 때 집중하면서 그걸 해보려는 꿈을 갖게 되고, 또 그 꿈이 생기면 열정도 생기는 만큼 초등학생 때부터 호기심을 느낄 수 있게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수한 이공계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기술인력을 우대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53.4%로 가장 많았다. ‘이공계 출신 고급 관료를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16.2%에 달했다. 기업에는 ‘충분한 보상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바람이 49.1%로 최다였다.

 대학생들은 연구개발(R&D) 인력 채용을 늘려 달라는 요구가 25.5%로 높게 나타났다. 공학한림원 회원들은 기술인력에 대한 발탁승진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17.9%)을 비중 있게 제시했다. 권오경(58) 한양대 부총장은 “미국 기업은 자기 회사를 위한 교육에 절반을 투자하고 나머지 절반은 그 사람의 미래를 위해 교육한다”며 “우리 기업도 서로 ‘윈-윈(win-win)’ 하는 관계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문 참여자들은 공학계 스타 중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로 ‘스티브 잡스(14.7%)’를 가장 많이 꼽았고, ‘안철수(10.5%)’와 ‘빌 게이츠(7.9%)’가 뒤를 이었다. 대학생은 안철수(18.9%)를 가장 많이 떠올렸고, 공학한림원 회원들은 ‘토머스 에디슨(14%)’이 최다였다.

 희망적인 부분도 나왔다. 30명의 고등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녀를 공대에 보낼 의향이 있다’는 의견이 열 중 여섯이었다. ‘공학계 종사자들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좋지 않다’는 생각(56.7%)이 절반을 넘었지만 ‘공학계 전망이 밝은 편’이라는 의견도 63.3%로 높게 나타났다.

 김도연 위원장은 “엔지니어링 공부를 좋아하는 학생을 대학이 받아 (지금처럼 일방향 강의 방식이 아닌)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즐겁게끔 환경을 만들어주면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우·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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