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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왔어? 류중일 시작부터 모진 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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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WBC 대표팀이 13일 대만 자이현 도류구장에서 첫 훈련을 시작했다. 첫날부터 강한 훈련을 주문한 류 감독의 뜻대로 선수들은 바짝 긴장했다. 대표팀 간판타자 이대호(오른쪽 셋째)가 무거운 배를 이끌고 열심히 뛰고 있다. [도류(대만)=김민규 기자]

류중일(50)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이 독해졌다. 온화한 평소 모습을 걷어내고 훈련 첫날부터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류 감독이 이끄는 WBC 대표팀은 13일 대만 도류시에 있는 도류구장에서 첫 훈련을 했다. 경기장에는 많은 취재진이 몰렸고, 이 중에는 대만과 일본 취재진도 상당수 있었다. 그들의 카메라 앞을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가 막았다. 류 감독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KBO 관계자는 “류 감독이 ‘해외 취재진이 한국 대표팀의 수비와 타격 훈련은 촬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일본 취재진은 “우리만 취재를 막는 것인가”라며 항의했다. KBO 관계자가 “외국 취재진에게 똑같은 룰을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하자 일본 취재진이 돌아갔다.

 다음 달 5일 한국과 1라운드 경기를 하는 대만은 전력 탐색을 위해 스카우트들을 파견했다. 관중석에서 한국 대표팀의 훈련을 관찰했던 이들 역시 퇴장을 요청받았다. KBO 관계자는 “류 감독이 대표팀이 너무 공개되는 것을 꺼렸다. 일단 비공개로 훈련하고 나중에 해외 취재진에게도 훈련 장면을 공개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외국 언론에 대한 취재 제한은 전력 노출을 막으려는 목적도 있지만 대표팀 내부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데도 효과적이다. 류 감독이 첫날부터 깐깐하게 나선 이유다.

 류 감독은 방망이도 잡았다. 수비 전문 코치였던 그가 직접 야수들 훈련을 지휘한 것이다. 류 감독은 1루와 2루 수비에 나선 선수들에게 까다로운 타구를 계속 날렸다. 1루엔 이승엽(37·삼성)·이대호(31·오릭스)·김태균(31·한화)이, 2루엔 정근우(31·SK) 등 특급 스타들이 버티고 있었다. 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류 감독이 친 타구를 쫓았다. 공을 놓치면 류 감독은 “다시”라고 외친 뒤 더 어려운 코스로 타구를 보냈다.

 이대호는 “이렇게 힘든 수비 훈련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고, 김태균도 “너무 힘들다. 장난이 아니다”라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오전 스트레칭 때 웃고 떠들던 팀 분위기는 갑자기 진지하게 바뀌었다. 류 감독은 “선수들이 몸을 잘 만들어 와 다행이다. 단기전에서는 수비가 중요하기 때문에 훈련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앞으로도 비슷한 강도로 훈련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2루수는 정근우, 3루수는 최정뿐이다. 대신 유격수 요원으로는 강정호·김상수·손시헌 등이 있다. 이들 모두 2·3루 백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글=유병민 기자
사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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