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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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고건 전 총리는 20일 밤 서울 동숭동 자택 근처의 식당에서 기자와 만나 총리 인선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인사 청문회에 대비해 주변 관리를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총리 지명 통보를 받았나.

"통보받은 일 없다. 노무현 당선자를 만난 적은 있다. (갑자기 말을 돌리며) 1980년 5.17 비상계엄 확대 조치 때 내가 정무수석으로서 사표를 냈다. 얼마 전 이 문제로 논란이 있어 정부기록보존소에서 수리된 문서를 찾았다."

-재산 형성 과정은 문제가 없나.

"내가 재테크를 좀했다. 살던 집을 월세를 주고 그걸 받아 지금 사는 빌라로 옮겼다. 전세로 들어왔다. 49평이다. 월세를 주고 전세로 들어간 것은 나의 재테크다."

-당선자의 전화를 받은 적이 없나.

"(고개를 돌려 딴청을 하다가) 97년 YS 때 동네 목욕탕에 있는데 갑자기 기자들이 찾아와 '총리로 내정됐다'고 했다. 그때 '할 말도 없고 드릴 말도 없다'고 했다."

-盧당선자가 어떤 분이라고 생각하는가.

"자기 나름의 원칙을 세워 관철하는 정치인이다. 그러니까 종로를 놓아두고 부산에 간 것 아니냐."

-盧당선자가 항해사(안정총리)는 항해를 하고 수리할 사람(대통령)은 수리해야 한다고 했다.

"맞는 애기다."

-근처 서울대병원에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가 계신데….

"모르겠다. 퇴원 안했나요. 내일 문상 갈 일이 있는데 가지 말아야겠군."

-새 정부 총리로선 참신함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있다.

"나는 정부가 필요로 할 때는 봉사를 했고 그 일 끝나니 그만두라고 해 내 일을 마치고 나왔다. 나라를 위해 봉사할 때는 여러번 각오했다."

-더 공직에 봉사할 생각이 있나.

"지금 대답하면 안되지…."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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