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만류하던 중국에 공개 도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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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언론들은 12일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소식을 일제히 긴급뉴스로 보도했다. CNN은 이번 실험이 동북아시아의 안보지형을 뒤흔들어 놓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송은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이 국제사회의 비난과 제재에도 불구하고 군사력을 확장하려 했던 아버지 김정일의 생일(16일)을 앞두고 그의 정책을 이어받아 핵실험을 강행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의 정권 이양기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를 앞두고 실시된 핵실험 시기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대북 강경정책을 유지한 이명박 정부에 메시지를 전달하고, 새 대통령 취임 전에 핵실험을 함으로써 박근혜 정부에는 관계 회복의 여지를 남겨두는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2일 저녁(현지시간) 전 세계 핵무기의 대량감축을 촉구하는 국정연설을 할 예정이다. 완전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를 바라는 북한의 야욕을 저지하려는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연설 직전의 북한 도발이 새 도전이 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망했다. NYT는 또 이번 실험은 김정은에게 모험을 하지 말 것을 경고해 온 중국에 공개적인 도전장을 내민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보다는 정치적 불안정과 혼란을 더 두려워하는 중국은 결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대북 석유·식량 지원 중단 등의 수단을 동원하지 않고 있다. 동북아시아, 특히 일본에서의 미사일 방어체제 강화 등 군비증강을 가속할 수 있는 북한의 이번 실험에 대해 중국의 새 지도자 시진핑(習近平) 총서기가 대북정책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의 제3차 핵실험은 3대 세습한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 할아버지 김일성과 마찬가지로 미국 및 그 우방들과 평화를 추구하는 것보다는 이들과 대립하는 것을 선호하는 확실한 증거라고 전했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호외를 발행했다. 신문은 “일본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는 아베 신조 총리의 성명과 함께 일본 정부가 독자적인 제재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과 인민일보(人民日報) 등 중국 관영 매체는 12일 북한 핵실험 관련 기사를 한국 언론과 외신을 인용해 신속하게 전했다.

한경환 선임기자

◆1000만달러 = 3차 핵실험에 든 비용 추계치. 단순 핵실험만 상정한 것으로 핵무기 설계와 제조·실험·시설운용비를 합하면 1.5억~2.2억 달러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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