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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25센트 용돈 중 10센트 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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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웬디 오닐 아시아문화원 이사장은 “현재 록펠러 일가는 250명 정도이며 자손이 늘수록 자선단체의 수도 늘어난다”고 전했다. [김도훈 기자]

“어릴 때 어머니로부터 받은 용돈은 1주일에 25센트였어요. 그 중 10센트는 무조건 교회에 기부하고 나머지 15센트는 어떻게 썼는지 기입장에 다 적어야 했어요.”

 세계적인 ‘자선 명문’ 미국 록펠러가의 5세 웬디 오닐(51·Wendy O’Neill)이 전한 록펠러가의 교육 방식이다. 지난 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런 가정 교육 전통 덕에 대부분의 록펠러 후손들이 기부를 생활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들 나이가 되면 이사회에도 참여시킵니다. 효과적으로 자선단체를 운영하는 방법을 경험하도록 하는 거죠. 현재 록펠러 일가는 250명 정도인데, 자손이 늘어날수록 관련 자선단체의 숫자도 늘어나는 시스템입니다.”

 록펠러 가문은 현재 가장 규모가 큰 록펠러 재단을 비롯해 수백 개의 자선단체를 운영 중이다. 오닐은 “가문 내 단체들 간 협업은 물론 미국, 아시아 등 전 세계 자선단체와 협업을 중시하고 있다”며 “협업을 통해 중복되는 지원도 방지하고, 각자 특화된 분야가 있기 때문에 의견 교환을 통해 더 나은 지원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닐은 현재 아시아문화원 이사장, 중국 의료협회 이사, 록펠러 형제 기금 이사, 록펠러 자선 자문단 이사 등 자선관련 단체 4개 직함을 맡고 있다. 그가 방한한 건 국내 한 자선단체와의 협업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4개 단체 가운데 그가 가장 중점을 두는 건 아시아문화원의 활동이다. 2600만 달러(284억원)의 기금에 한 해 예산 500만 달러(54억원)가 투입된다.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과 한국 근현대 서양화의 거장 김환기(1913~74) 등이 이 단체의 지원을 받아 세계적인 미술가로 거듭났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특수효과를 맡은 차이궈창(56·蔡國强)도 이 단체의 지원을 받았다. 오닐은 “차이궈창이 자신의 그림을 아시아문화원에 기증해 그 작품을 경매한 금액으로 다시 다른 작가들을 도울 수 있었다”며 “선순환의 좋은 예”라고 강조했다.

 아시아권의 기부 문화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미국과 한국, 크게 차이는 없다”며 “단, 한국에선 자선단체간 분화가 좀 덜 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중국의 경우 자선 NGO의 역할에 대해 정부가 아직 고민하는 단계”라며 “변화 속도가 아직은 느린 편”이라고 말했다. 

글=한영익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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