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통화내역 등 3개월만 보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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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이동통신회사가 휴대전화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이 크게 줄어든다. 사생활 침해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개인정보에는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신상 정보와 가입자의 통화 횟수.시간.위치.상대자 번호.요금납부 내역 등을 가리키는 과금 정보가 모두 포함된다. 과금 정보는 요금 정산에 필요한 정보들이다.

열린우리당 안병엽 제4정조위원장과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29일 국회에서 당정 회의를 열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이날 당정이 합의한 이동통신사의 가입자 개인정보 보관 기간은 3개월. 지난해까지는 통신사별로 최장 33개월에서 6개월까지 이 같은 정보를 보관해 왔지만 최근 들어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일자 통신사들은 보관기간을 6개월로 줄였다. 당정은 이 같은 내용을 '이동통신사 개인정보 보호지침안'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했다.

당정은 자신들의 안을 바탕으로 30일 시민단체와 법조계 관계자가 참석하는 공청회를 연다. 이를 시작으로 각계의 여론을 수렴한 뒤 늦어도 5월까지는 최종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야당과의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질 경우 하반기부터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가입자의 개인 정보에 대한 보관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그래서 회사별로 임의로 이들 정보를 보관한 뒤 정해진 기일이 지나면 폐기하고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개인 정보 노출이 쉬워졌고, 사생활 침해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는 데 있다. 당초 정통부 측은 보관 기한을 6개월로 하자는 입장이었으나 당측에서 강력히 주장해 3개월로 줄였다고 한다. 특히 당정은 가입자가 요청할 경우 1개월 단위로 개인 정보를 삭제할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이동통신사가 지침에 명시된 보관 기한을 넘기는 경우 보관하는 정보의 종류와 근거.기간 등을 가입자에게 즉시 알리도록 했다.

이동통신사의 개인정보 관리 책임도 강화했다. 이동통신사에 대리점 및 휴대전화 단말기 판매점이 수집한 개인정보를 직접 관리할 책임을 맡겼다. 이에 따라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경우에 통신사에 책임을 물어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했다.

안병엽 정조위원장은 "이동통신사가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없어 사생활 침해가 심각하다는 여론에 따라 지침안을 마련했다"면서 "과금 정보를 통화 즉시 파기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업계 측은 정보 보관 기한이 줄어들 경우 이들 정보가 컴퓨터에서 차지하는 용량이 줄어드는 등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사생활 침해 우려를 제기해 온 시민단체 등도 일단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의 당정 합의안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 "일반 시민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는 조치인 반면 범죄수사에는 큰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공청회 등에선 상당한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희성.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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