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도서 전시 주문회'를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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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도서 전시 주문회'는 중국 정부 소속의 도서출판기관인 '신문.출판 관리총서'와 '중국 도서간행물 발행본협회'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도서 전시 및 주문행사다.

주문행사라는 것은 말 그대로 서적이 출판되기 전에 주문을 받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이 전시회를 분석하면 올해 어떤 책들이 주로 유통될 것인지 예견 가능하다.

16회를 맞은 올해 행사는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베이징 국제전시센터에서 펼쳐졌다. 코엑스에서 가장 큰 태평양관의 10배쯤 되는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중국 내 6백여개에 달하는 출판사 대부분과 전국 30여개 성.시의 현급 이상의 신화서점(중국 내 가장 큰 도서 유통 총판)및 민영서점의 관계자 수만명이 참가했다.

이 행사에 정식 저작권 계약을 한 한국 출판물로는 처음으로 '아기공룡 둘리'만화가 선을 보였다. 옌볜대 출판사에 의해 번역.출간된 10권의 만화책이 전시됐다.

옌볜대 부스는 둘리의 홍보센터를 방불케 했다. 둘리 코스튬 인형(사람이 뒤집어쓰는 인형)이 전체 전시장을 돌며 홍보전단을 뿌리고 바이어들과 사진 촬영을 하는 등 분위기를 띄웠다.

그렇게 수많은 중국 독자, 특히 어린이와 부모들의 눈길을 끈 결과, 5만부라는 수주실적을 낼 수 있었다.

중국 내 만화시장은 이제 막 성장기로 진입하는 모양새다. 이번 행사에도 유럽의 '땡땡'과 일본의 '도라에몽''명탐정 코난'등 다양한 만화가 눈에 띄었다. 국내 가나출판사가 판권을 가진 '캘리 영어만화'나 능인출판사의 '추리대왕, 명탐정 홈스'등도 볼 수 있었다.

일본에 대한 전반적인 반감, 일본 만화의 폭력성.선정성을 우려하는 부모들 덕분에 상대적으로 한국 작품들에 대한 기대를 확인한 것은 이번 참관의 큰 소득 중 하나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아직 저작권 개념이 없어 섣부른 '한류(韓流)'기대만으로 진출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일쑤다. 현재 '저작권자와 협의 중'이라는 문구만 넣은 해적판이 버젓이 유통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규모를 감안할 때 중국 시장은 결코 놓쳐서는 안되는 곳이다. 이곳 진출을 준비한다면 만화책 하나로는 곤란하고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 상품 등 다양한 관련 상품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만화의 독특한 대사를 감안, 번역 문제 역시 소홀히 다뤄서는 안되는 부분이다.

윤 주<둘리나라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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