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국가 현안 앞에선 여야가 따로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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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여야 대표가 어제 국정 전반에 대한 여야 협의체를 두기로 합의했다. 당초 북핵 문제에 대한 초당적 대응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알려졌는데, 결과적으론 더 포괄적인 합의가 나왔다. 구체적인 성과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일단 여야가 국가 현안에 머리를 맞대기로 한 것 자체는 의미 있다. 특히 여야가 서로 국정의 동반자임을 확인한 점, 긴급한 민생현안에 조건 없이 협력하기로 한 점이 돋보인다.

 게다가 이번 합의는 서면으로 남겨져 구속력도 크다. 앞으로 이 합의를 깨고 구태의연한 정쟁으로 먼저 되돌아가는 쪽이 국민의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곧 출범할 박근혜 정부는 초기부터 험난한 장애물을 돌파해야 할 입장이다. 당장 북핵 문제가 그렇고, 엔저에 따른 경기 위축도 심상찮다. 복지·의료·고용과 같은 민생 현안도 산적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가 현안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한 것은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안보 앞에선 여야가 따로 없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위협 앞에서 정파를 초월한 결속은 줄곧 우리를 괴롭히던 남남(南南) 갈등의 여지를 없앨 수 있다. 이는 북한의 오판에 엄정 대응한다는 원칙을 담은 강력한 대외 메시지이기도 한다. 또 여야 공조는 주변국들과 협조하며 북한을 상대하는 정부에도 힘을 실어준다. 대내적으론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주는 효과도 크다.

 여야 협의체는 결국 소통의 채널이다. 정착하려면 무엇보다 박 당선인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야당과 소통하려는 유연한 자세야말로 성공적인 운영의 전제조건이다. 이미 박 당선인은 후보 시절 국가지도자 연석회의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어 지난 6일엔 당과 국회를 국정운영의 축으로 삼겠다고도 했다. 여야 협의체를 시작으로 대통령 취임 후 연석회의를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정치는 정국 중심으로 전개돼 온 측면이 있다. 권력 다툼, 돌출 사건, 각종 선거에 따라 형성된 정국의 연쇄반응이 곧 정치로 인식됐다. 국민은 그 같은 소모적이고 구태의연한 정치엔 신물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서 정치개혁과 쇄신이 화두로 떠오른 이유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정책과 민생 중심의 정치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게 국민의 기대다.

 합의 정신에 따라 여야는 투쟁 위주의 정치에서 벗어나 민생을 챙기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 정책 입안의 초기 단계부터 여야의 합의가 녹아 들어가면 집행과 평가도 순조로워진다. 불필요한 의혹 제기나 무책임한 비난 등 우리끼리의 불필요한 마찰을 줄일 수 있다.

 급하게 마련된 자리인데 민주통합당이 흔쾌히 응해 준 것도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를 계기로 수권야당, 정책정당의 자세를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것이 계파 체질에서 벗어나 지지층의 외연을 확대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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