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미스터 브릭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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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을 묶어 브릭스(BRICS)란 용어를 만들어낸 짐 오닐(55·사진) 골드먼삭스자산운용(GSAM) 회장이 6일(한국시간) 돌연 사표를 냈다. 당장 물러나지는 않는다. 올해 말까진 근무한다.

 GSAM 모기업인 골드먼삭스의 최고경영자(CEO) 로이드 블랭크페인은 오닐이 사표를 내자 기다렸다는 듯이 결재했다. 말로는 “오닐이 고객들에게 세계 경제와 시장의 흐름에 대해 잘 설명하고 중요한 투자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이끌어 왔다”고 평했다.

 블랭크페인은 GSAM 회장 자리마저 오닐 퇴사와 함께 없애기로 했다. 18년 동안 GSAM 성장을 이끌어온 인물을 내보내는 방식치곤 매정해 보일 수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골드먼삭스 내부자의 말을 빌려 “오닐이 골드먼삭스 내에서 GSAM의 지위와 관련해 겪은 불만이 퇴사의 한 원인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내부 파워 게임에서 밀렸다는 얘기인 셈이다. FT에 따르면 오닐 회장은 GSAM의 자본을 조달해 덩치를 키우려 했다. 반면 골드먼삭스 수뇌부는 자산운용 부문을 적극적으로 구조조정하고 싶어했다. 사내의 보수적인 문화도 오닐에게는 큰 장벽이었다. FT는 “골드먼삭스와 같은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가진 곳에서 오닐이 내놓은 파격적인 성과급 방안이 실행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닐은 단어 하나 잘 만들어 스타가 된 인물이다. 그는 2001년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거대 신흥국을 묶어 브릭(BRIC)이란 용어를 만들었다. 2010년 남아공의 머리글자인 S가 더해져 브릭스(BRICS)가 됐다. 브릭스는 10여 년 동안 글로벌 증시의 테마였다. 템플턴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앞다퉈 ‘브릭스 펀드’를 내놓았다.

 그러나 글로벌 불황이 이어지면서 브릭스의 취약성도 그대로 드러났다. 브릭스 투자 수익률이 곤두박질하자 펀드에 몰렸던 자금들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오닐도 고전하기 시작했다. GSAM의 순이익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5년 연속 줄어들었다. 그를 공격하는 내부 목소리도 커졌다.

 오닐이 골드먼삭스와 인연을 맺은 해는 1995년이었다. 그는 월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파트너로 영입됐다. 2001년 글로벌 경제·원자재·전략리서치 부문장을 거쳐 2006년에는 핵심 부서인 유럽지역 경영위원회 일원이 됐고 2010년에 자산운용부문 회장에 올랐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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