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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은 분주한데 재개발은 ‘겨울잠’, 왜?

조인스랜드

입력

[황정일기자] 서울 강남권 주요 재건축 아파트가 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조합을 만들거나 사업계획안을 확정하는 등 분주하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5년여 만에 재건축 단지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기대감이 커져 재건축아파트 값도 오랜만에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재건축과 함께 주요 도시정비사업으로 꼽히는 재개발 시장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물론 재개발 사업장이라고 해서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사업에 속도를 내는 곳도 적지 않다.

하지만 대체로 움직임이 더딘 편이다. 그러다 보니 매도 호가가 오름세인 재건축과 달리 지분(새 아파트를 받을 권리) 값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업 방식이나 성격, 규모 등이 비슷하지만 재건축과 달리 여전히 지지부진한 이유는 뭘까.

지분 크기 제각각이어서 권리가액 산정 등 얽혀 있어

무엇보다 재개발의 경우 조합원 각자의 지분 크기가 제각각이다. 사업지 내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일정하지 않고 조합원 모두 다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재개발 사업 찬·반에서부터 권리가액 산정, 새 아파트 배정까지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다.

요즘처럼 집값이 하락세인 경우 특히 이 실타래 풀기가 어려워진다. 서로 더 많은, 더 좋은 집을 갖기 위한 주민들간 다툼이 많이 생기는 것이다. 재건축보다 주민들간 다툼(소송 등)이 많은 것도 그래서다.

반면 재건축은 지분 크기가 일정한 편이다. 일단 조합원간 이해관계가 재개발보다는 덜해 조합이나 추진위원회가 잘 이끌기만 하면 주민 의견을 모으기가 수월하다. 사업성 문제도 걸려 있다.

사실 주민마다 이해관계가 다르더라도 사업성이 좋다면 사업은 앞으로 나간다. 주민 동의 등을 구하는 데 시간이 다소 걸리지만 사업이 멈추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재건축에 비해 사업성도 떨어지는 편이다.

재건축은 땅값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주거환경이 좋은 서울 강남권 등지에 몰려 있다. 집값이 비싼 지역이므로 같은 공사비를 들이고도 새 아파트를 비싸게 팔 수 있는 것이다. 수익이 늘면 주민 부담은 준다.

지분쪼개기 등으로 사업성 떨어져

지분쪼개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조합원 수는 정해져 있는 반면 규제 완화 등으로 용적률이 늘어나면 수익성이 확 좋아지는 셈이다. 반면 재개발은 기본적으로 기반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대체로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비해 새 아파트를 비싸게 팔 수 없는 여건인 것이다. 물론 재건축보다 용적률 상승폭(기존 용적률 대비)이 커 더 많은 물량을 내다 팔 수 있지만 그것도 사업장마다 천차만별이다.

과거 유행한 지분쪼개기(지분이 하나인 단독주택을 헐고 지분이 여러 개인 다세대주택 등을 짓는 방식) 등으로 새 아파트 가구 수보다 조합원이 더 많은 곳도 있다. 이런 곳은 지분합치기나 용적률 확 늘려 받지 못하면 사실상 재개발 사업이 불가한 지역이다.

사업성이 없는 셈이다. 여기에 소형주택이나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것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재건축은 1대 1 방식을 선택하면 소형주택을 확 늘리지 않아도 된다. 어쨌든 재개발 시장은 재건축과 달리 당분간 겨울잠에서 깨기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한 정비사업업체 관계자는 “주택 경기가 확 살아나지 않는 한 재개발 시장이 움직이기 힘들다”며 “오히려 출구전략이 본격화하면서 곳곳에서 재개발 사업 취소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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