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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랑한 아들의 특수훈련 '아빠를 팝니다'

중앙일보

입력

"아빠를 팝니다. 무능하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쫓겨난 퇴직자여서 값은 아주 쌉니다. 성격은 온순 성실하며, 밥은 그리 많이 먹지 않습니다. 대머리이지만 이빨 하나는 끝내주는 왼손잡이 중년입니다".

독일어권의 베스트셀러인 이 장편소설은 '속에 어른이 든' 14세의 소년 샘의 '경쟁력있는 아빠 만들기'다.

마케팅 전문가가 쓴 소설답게 아동물 시장뿐 아니라 나중에는 어른들을 위한 경영서로도 읽히는 별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샐러리맨의 성공전략이 소년의 관점에서 녹아있기 때문에 10대초반 어린이를 위한 읽을거리이면서, 동시에 무한경쟁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경영서 구실도 하는 것이다.

책 도입부, 아내가 은근히 걱정을 한다. 방에 틀어밖힌 샘이 '빨간 책'을 읽는 것 같다는 우려를 남편에게 전한다. 샘의 방 수색작전이 벌어진다.

웬걸 『플레이 보이』 같은 포르노는 없고 『부자가 되기 위한 일곱가지 규칙』 『성공을 위한 황금의 지혜』 등이 수두룩한 것 아닌가! 그런 과정을 거쳐 너무 고지식해서 '돌하루방'으로 불렸던 '명퇴 아빠'는 맹랑한 아들의 제안을 고심끝에 받아들인다.

'아빠 리모델링'을 위한 샘의 작전대로 얼음물 세례는 물론 경영자가 되기 위한 지옥훈련도 마다하지 않는다. 도끼눈을 뜨고 따라 다니는 아들은 이젠 파트너이자 트레이너. 어학공부와 체력단련은 기본이고, 엄마 가출 사건도 연출한다.

아빠에게 위기의식을 불어넣기 위한 '예쁜 장난'이다. 이야기 전개를 꽤 드라마틱해서 지옥훈련을 견디지 못한 아빠는 집을 뛰쳐 나간다. 샘의 마지막 카드는 그 때 나온다. 아빠를 파는 광고를 낸 것이다. 물론 소설은 해피앤딩이다.

자 이 소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스토리는 깜직 발랄하고,정보도 녹아있어 어른들 뺨치게 훌쩍 웃자란 아이들의 손에 한번 쥐어줄 만한 책인 것은 분명하다. 번역도 매끄러운 편이어서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꼬마 독자들이라면 읽어내기에 큰 어려움이 없을듯 싶다.

그러나 문제는 있다. 그건 간단치 않은 사안이다. 이 책에 녹아있는 무한경쟁의 메세지가 조금은 걸린다. 알고 보면 미국중심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이데올로기일 것이다. 그렇다면 선택은 둘 중 하나다.

우리 아이들이 진입할 '정글 세상'을 잠시 외면케 해주는 것이 좋을 것인가, 아니면 미리 경험케 할 것인가? 그건 부모의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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