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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상상력 현실과 접목 '몬스터 주식회사'

중앙일보

입력

`괴물 세계에서는 인간이 괴물' '토이스토리'와 '벅스라이프'를 선보인 디즈니-픽사 스튜디오 콤비가 내놓은 '몬스터 주식회사(Monsters,INC)' 는 이 같은 독특한 발상으로 관객들의 상상력의 허를 찌른다.


지난 여름 드림웍스의 '슈렉'에 '아틀란티스-잃어버린 세계' 가 사정없이 밀리면서 자존심을 구겼던 디즈니가 재기를 꿈꾸며 야심차게 내놓은 3D애니메이션. 초록 괴물 `슈렉'에 비견되는 털북숭이 괴물 주인공 `설리'를 비롯, 각양 각색의 캐릭터들과 갖가지 패러디와 유머로 관객들의 시선을 붙든다.

아이들의 비명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몬스터의 세계. 밤마다 아이들 방에 찾아가 아이들이 내 지르는 비명 소리를 채집하는 것이 `몬스터 주식회사'의 주된 업무다.

무서운 표정을 잘 짓는 털북숭이 `설리'의 실적은 이 가운데 단연 뛰어나다.

헌데 "요즘 아이들은 폭력을 우습게 알아서 겁주기가 어렵다"는 점이 이 회사의 애로 사항. 변칙이 나온다. 만년 2등인 카멜레온 괴물 `랜달'이 4살배기 꼬마 `부'를 납치해 비명소리를 짜내려고 음모를 꾸민 것. 하지만 이 꼬마는 설리를 `야옹이'라고 부르며 쫓아다니는가 하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활개치고 다니는 통에 괴물들 사이에서 초비상이 걸린다. 인간과 접촉은 `탄저균' 감염 못지않게 치명적이기 때문.

설리와 외눈박이 괴물 `마이크'는 꼬마를 인간 세계로 돌려보내기 위해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줄거리는 단조롭지만 `웃음이 공포보다 강하다'는 교훈은 제법 설득력 있게 들린다.

벽장 속에서 괴물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상상으로 밤새 공포에 떨었던 어린 시절의 보편적인 경험을 토대로 `비명을 채집하는 몬스터 주식회사'까지 상상의 날개를 펼치기란 사실 쉽지 않을 터. 상상력의 원천은 딴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시작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현대 공장의 생산 라인을 본뜬 `몬스터 주식회사'의 내부 모습 등 생각지 못했던 갖가지 모델이 무릎을 치게 만든다. 수천.수만 개의 문이 일렬로 늘어서있고, 그 문안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인간 세계가 펼쳐진다. 사람이 괴물 세계에 `출현'했을 때TV에서는 속보와 함께 전문가 진단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신문들은 머리기사로 이를 보도한다. 엉뚱한 상상력이 현실과 접목돼있어 웃음은 배가 된다.

단골 메뉴였던 '메트릭스'류의 패러디는 사라지고 대신 괴물들은 이제 '아마겟돈'의 우주 비행사들처럼 비장감 넘치는 음악과 함께 등장한다. 고양이의 `변조'격인 털북숭이 괴물이나 외눈박이 괴물, 머리카락이 뱀처럼 나있는 괴물, 카멜레온을 닮은 괴물, 왕게발 괴물 등 갖가지 괴물 캐릭터가 하나하나 독창적이면서도 정교하게 그려져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토이스토리'의 줄거리 개발에 참여했던 피트 닥터가 이 영화로 감독 데뷔했다. (서울=연합) 조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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