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연 이틀 인선 어려움 토로 … 청문회 보완 주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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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조각 인선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연 이틀째 국회 인사청문회의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전날 강원지역 의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후보자에 대해 너무 공격적이거나 마치 죄가 있는 사람처럼 대하니 좋은 인재들이 두려워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한 데 이어 31일 서울 삼청동 안가에서 경남지역 의원 11명과 점심식사를 하면서도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박 당선인은 “청문회를 하는데 너무 개인적인 신상에 집중하니 능력이나 소신, 철학을 펼칠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사전 검증하는 것도 본인의 검증 동의를 받아야 하지 않느냐. 확정되지 않은 사람에게도 동의를 받는다는 게 대상자 입장에서도 어려움이 있다”고도 했다.

 이어 “확정된 사람이 아닌데 후보군을 언론에 흘리면 못 가는 사람은 가족들이 굉장히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예전의 관행들이 있는데 요즘 분위기로 재단하는 것 같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박 당선인과 참석자들은 인사청문회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한 참석자가 “청문회 제도를 미국과 같이 신상에 대한 문제는 비공개로 하고, 공개적으론 직무 능력이나 업적, 철학이나 소신 같은 부분을 알리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박 당선인은 “이번 조각 때가 아닌, 중간 개각에서라도 제도 보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 당선인의 거듭된 문제제기에 맞춰 새누리당은 인사청문회법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꾸려 개선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사청문회 통과를 이유로 신상 검증은 미공개로 하고 능력만 검증하자는 얘기는 설득력이 없다”며 “시야를 넓히면 얼마든지 도덕적으로 존경받고 능력도 있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는데 주변에서만 찾으니 망신스러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과거 박 당선인을 도와 당을 이끌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 문재인 전 후보 캠프에 합류했던 윤여준 전 의원도 이날 인수위 초청 연설에서 “박 당선인은 어느 대통령보다 야당에 대해 포용적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정당에 있을 때 수직적·폐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리더십을 보였는데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그런 면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후보자를 올바른 시스템에 의해 정확히 추천하지 않은 채 제도가 잘못됐다고 하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김용준 후보자의 낙마는) 밀봉인사, 자택에서 검증하는 인사의 실패로 (박 당선인의) 인식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권호·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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