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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주의 자동차 콘서트] 피아트 500 vs 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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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권용주 자동차 칼럼니스트

1957년 피아트가 500을 선보였다. 500은 공간 활용의 지혜로 가득했다. 이를 위해 파격도 서슴지 않았다. 가령 엔진을 꽁무니에 얹고 뒷바퀴를 굴렸다. 연료 탱크는 보닛 쪽으로 옮겼다. 2년 후 영국에선 BMC가 미니를 내놨다. 프랑스 국민차 시트로엥 2CV를 벤치마킹하되 장점을 더했다. 미니는 여러모로 500과 반대였다. 엔진을 차 앞쪽에 얹고 앞바퀴를 굴렸다.

피아트 500은 75년까지 명맥을 이었다. D·K·F·L·R 등 이름 뒤 알파벳을 바꿔가며 진화했다. 이탈리아는 물론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도 만들었다. 1965년엔 연간 생산 대수가 100만 대를 넘기도 했다. 미니의 인기 또한 500 못지않았다. 1세대는 미니, 미니 마이너 등으로 불렸다. 그러나 67년 차 이름을 미니로 통일했다. 독자 브랜드로 입지를 구축한 계기였다.

21세기 들어 두 맞수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번엔 미니가 빨랐다. 94년 미니를 인수한 BMW가 2001년 새 미니를 출시했다. 경제성에 초점을 맞췄던 원조 미니와 사뭇 달랐다. 이번엔 프리미엄 성격을 강조했다. 피아트도 질세라 2007년 500을 부활시켰다. 500 역시 성격을 바꿨다. 앙증맞은 디자인과 다양한 옵션으로 액세서리의 개념마저 넘봤다.

시트로엥도 2009년 DS 시리즈로 맞불을 놨다. 반세기 전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던 라이벌 다웠다. 500과 미니, DS 시리즈엔 공통점이 있다. 경제성 뛰어난 소형차의 틀을 유지하되 감각적인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장비를 챙겼다. 아울러 차뿐 아니라 그와 어울리는 라이프 스타일까지 제시했다. 작지만 고급스러운 차를 뜻하는 소위 ‘프리미엄 이코노미 카’다.

최근 프리미엄 이코노미 카는 영토 확장에 여념이 없다. 미니가 제일 열심이다. 컨버터블과 왜건·SUV를 선보였다. 나아가 지붕을 납작하게 다진 쿠페와 조막만 한 지붕마저 발라낸 로드스터까지 출시했다. 피아트도 한층 넉넉한 덩치의 500L을 내놨다. 국산차 가운덴 기아 피칸토(모닝)가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 라이벌과 겨루기엔 프리미엄 이미지가 약하다.

권용주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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