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시마에 불교 전파하려 보냈나 … 약탈해 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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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전문 털이범들이 일본 쓰시마에서 훔쳐 온 신라·고려 불상은 만약 국내에 남아 있었더라면 국보로 지정되고도 남을 정도로 가치가 높은 작품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두 불상의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가이진(海神) 신사에 모셔져 있던 45㎝ 높이의 동조여래입상은 통일신라시대인 8세기 한반도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유행했던 여래입상 중에서도 잘 만들어진 수작(秀作)인 데다 보존 상태가 좋다. 언제 어떤 연유로 일본에 넘어갔는지는 불확실하지만 1974년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됐다. 중요문화재는 우리의 보물에 해당하는 등급이다. 당시 일본 국내에서 1억 엔(약 10억원)으로 감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상 전문가인 동아대박물관 정은우(56·여) 관장은 “볼륨감이 있고 옷 주름이 잘 표현된 8세기 통일신라시대 불상의 전형적인 모습을 갖고 있으면서도 같은 시기의 다른 불상들(높이 20~30㎝)보다 더 큰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간논지(觀音寺)에 있던 금동관음보살좌상(높이 60㎝)은 제작연대와 장소가 분명하다. 불상을 만들 때 내부에 넣어둔 발원문에 고려 말인 1330년 서산 부석사에서 제작됐다는 사실이 명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불상은 나가사키현 지정 유형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정 관장은 “비슷한 무렵의 불상 중 연대가 정확히 밝혀진 불상은 1333년 만들어져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된 동조보살입상 2점 등 손꼽을 정도로 희귀하다”면서 “신체 표현 등 작품성이 뛰어나 쓰시마에 남아 있는 우리나라 불상 중에서는 최고 수준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두 불상은 도난당하기 이전에는 평소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곳에 모셔져 있었다. 황백현(63) 대마도연구원 이사장은 “동조여래입상은 가이진 신사 경내 왼쪽편 2개의 철문을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는 보물고에 소장되어 있었고 관음보살좌상은 간논지 본전에 있었으나, 평소 자물쇠가 채워져 있어 일반인들이 쉽게 볼 수 없었던 유물”이라고 말했다.

 이들 불상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전래됐는지, 아니면 약탈 또는 거래로 반출됐는지 정확한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황 이사장은 전래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는 “과거 쓰시마 섬은 한반도와 왕래가 빈번했는데 스님이나 불자들이 호신불 또는 포교를 목적으로 불상을 건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 관장은 “관음보살좌상이 만들어진 연대가 1330년인데 20년 뒤부터 왜적의 침략이 본격화됐다”면서 “서산 등은 왜구의 침략이 심했던 지역 중에 한 곳이기 때문에 약탈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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