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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재상고심 ‘취침 때 감금 무죄’ 논란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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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용준 총리 후보자가 대법관이었던 1988년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상고심에서 감금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한 것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사건은 87년 3월 전국 최대 부랑아 수용시설인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직원 구타로 원생 1명이 숨지고 35명이 탈출해 당시 큰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형제복지원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원생들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을 시킨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형제원 자체 기록으로 따져도 12년간 총 513명이 복지원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에게 불법 감금과 횡령 등 혐의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1심에선 징역 10년형이 선고됐으나 2심에서 4년형으로 줄었다. 이후 88년 3월 열린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감금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상고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문제가 된 울주작업장의 기숙사 시설은 부랑인 선도와 보호를 목적으로 야간도주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것인 만큼 불법이 아니다”며 “이는 사회적 비난과는 별개로 정당한 직무수행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에는 김 후보자가 관여하지 않았다.

 이후 대구고법은 새로 증거 조사를 거쳐 “울주작업장의 기숙사 시설은 원래 다른 곳에 있었으나 현재의 장소로 불법 이전된 것이라서 감금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하지만 88년 11월 열린 상고심에서 재판부는 또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해당 시설이 불법적이라고 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야간도주를 방지하기 위해 취침시간 중 감금한 것은 사회적 상당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김 후보자는 두 번째 상고심의 재판장이었다. 대구고법은 결국 감금죄를 적용하지 않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죄만 적용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고 이 형은 확정됐다.

 민주통합당 이언주 대변인은 해당 판결과 관련해 “‘부산판 도가니’라고 불리는 이 사건에서 재판장이 ‘사회적 약자의 상징’ 김 후보자라는 것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박 원장의 감금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김 후보자가 재판장으로 있었던 두 번째 상고심이 아니라 첫 번째 상고심인 만큼 김 후보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부랑아를 감금하는 것이 일정 부분 용인되던 당시 시대적 분위기와 감금 부분에 대한 판단을 명확히 한 건 첫 번째 상고심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김 후보자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부랑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데도 감금했다는 것은 요즘 시각으로 보면 위헌소지가 있는 부분”이라며 “당시 좀 더 유연하게 법률을 해석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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