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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까지 조준 … 막 나가는 미 총기 판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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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의 한 소년이 권총으로 표적을 겨누고 있다. 미국 총기업계는 잠재적 구매자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총기 사용을 권하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주니어슈터 홈페이지]

미국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 참사사건에 사용된 소총 부시마스터 ‘AR-15’를 든 15세 소녀. 어린이용 총기 전문잡지 ‘주니어 슈터’가 표지에 쓴 모델이다. 커버스토리엔 AR-15가 얼마나 환상적인 총인지 자세히 설명돼 있다. 바로 옆 광고엔 달콤한 유혹도 곁들여져 있다. ‘총기 할인 쿠폰을 부모님께 보여주면 올 크리스마스엔 꿈에도 그리던 AR-15를 선물로 받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총기사고로 여론이 악화하자 전미총기협회(NRA)를 비롯한 총기단체가 어린이를 상대로 한 마케팅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7일(현지시간) 전했다. NRA는 2010년 한 해 동안 보이스카우트연맹 등이 주최하는 아동 사격 프로그램에 5년 전보다 두 배 많은 2100만 달러(약 220억원)를 지원했다. 어릴 때부터 총기에 대한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하자는 계산이다. NRA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반자동 권총 사격대회도 개최했다. 유명한 총기 제작업체가 관련 비디오 게임의 개발을 후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이스카우트연맹은 단발 소총이나 BB총·양궁 등 비교적 어린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무기부터 접하게 한다. 페인트볼이나 양궁 등 상대적으로 덜 위협적인 운동을 통해 총기에 대한 거부감을 서서히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무언가를 발사하는 데 익숙하게 하면 다음에는 진짜 총도 거부감 없이 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이 같은 전략은 지난해 전국사격스포츠재단(NSSF)과 NRA의 의뢰로 8~17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했다. 총기단체는 아이들에게 책임감과 윤리의식, 시민의 의무 등을 북돋울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어린아이에게 총을 만지도록 하는 건 위험천만한 시도라는 반론이 적지 않다. 뉴욕대의 제스 샤트킨 교수는 “아이들의 뇌는 대개 충동적이고 앞뒤 가리지 않는 방식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어른보다 총기를 다루기에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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