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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대 축구협회장 선거] 대의원들만의 잔치 … 아쉬움 남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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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한축구협회는 1년 예산이 1000억원을 넘길 정도로 성장했다. 축구협회가 이렇게 커진 건 축구인과 팬들 덕분이다. 선수들이 월드컵과 올림픽 등에서 뛰어난 성적을 냈고, 팬들이 축구에 몰입하기 때문에 기업체들이 거액의 스폰서비를 낸다. 방송사도 중계권료로 큰돈을 지불한다. 그런데 축구협회 수장을 뽑는 현장에서 축구인과 팬들은 잘 보이지 않았다.

 28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제52대 축구협회장 선거는 한 편의 블랙 코미디였다. 대의원 24명의 과반인 13명의 마음만 얻으면 되는 선거 제도 때문이다.

 ‘24명만의 리그’는 굳게 잠긴 문 안에서 이뤄졌다. 문 밖에는 각 후보 진영의 지지자들과 미디어 관계자들 수백 명이 모여 있었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선택하는 장이었지만, 문 밖에 서 있는 축구인들은 어떤 후보가 어떤 비전과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들을 수 없었다. 각 후보의 정책 발표는 밀실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문 밖에 선 지지자와 미디어의 관심은 그저 대의원 24명이 1, 2차 투표에서 누구를 찍었느냐에 모였다.

 현장에서 만난 조정수 전 축구협회 상벌위원장은 “대의원 13명의 지지를 얻으면 축구협회장이 될 수 있는 기형적인 시스템이 문제다. 후보자들이 축구인들의 바닥 민심을 얻으려는 노력을 소홀히 했다”면서 “후보 등록부터 선거 과정까지 모든 것이 지나치게 폐쇄적이다. 현재 시스템 아래서 회장 선거가 축구인들의 축제로 치러지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개탄했다.

 1차 투표에서 3표를 받아 낙선한 윤상현 후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만난 일부 대의원이 ‘나는 한국 축구 발전에 관심이 없고, 오직 돈에만 관심이 있다’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했다. 이런 분들의 투표로 축구협회장이 뽑히는 건 문제가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정몽규 당선자 또한 공식 기자회견에서 “지방축구협회장 및 각 연맹 회장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선거 제도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대의원들과 상의해 보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축구협회 회장 선거 제도의 전면 재검토. 새 축구협회장 앞에 놓인 첫 번째 숙제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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