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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줄 위에 춤추는 황금 손가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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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최초로 세계 정상급 기타리스트의 반열에 선 연주자. 1976년 기타리스트로는 첫 뮌헨콩쿠르 우승, 89년 줄리아드 음대 개교 이래 최초로 기타 전공을 개설한 주임교수.

그리고 올 봄 기타리스트로는 28년 만에 처음으로 그래미상 독주 부문을 수상한 아티스트…. 유대계 기타리스트 샤론 이스빈(41) 의 이름 앞에는 언제나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태어난 이스빈의 첫 꿈은 천문학자. 하지만 아홉 살 되던 미네소타대 교수이던 아버지가 안식년을 맞아 온가족과 함께 이탈리아로 갔고, 거기서 운명처럼 기타를 만났다.

기타 선율에 먼저 빠진 것은 오빠였지만 엘비스 프레슬리나 비틀스 같은 가수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오빠는 중도에 포기했고, 이스빈이 대신 기타를 배우게 된 것이다.

그의 기량은 기타를 독주 악기의 대열에 올려 놓은 불세출의 명인 안드레아스 세고비아의 지도를 통해 더욱 탄탄해졌고, 예일대 졸업 후엔 페페 로메로(57) 와 함께 세계 굴지의 매니지먼트사 CAMI소속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17세 때부터 신작을 위촉하기 시작했다. 로드리고의 '아랑후에스 협주곡'을 제외하면 레퍼토리가 부족함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가 지금까지 위촉, 초연한 기타협주곡은 무려 9곡에 이른다. 특히 존 코릴리아노의 '트루바두르'(1993년) 는 그가 8년 동안 간곡히 부탁해 완성된 작품이다. 최근엔 리스본 굴벤키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크리스토퍼 루즈의'콘체르토 데 가우디', 탄둔의'Yi2'를 초연했다. 향토색 짙은 크로스오버 작품들이다.

이스빈은 미국에서만도 매년 60여회 무대에 서고 있다. 카네기홀에서 매년 열리는 기타 축제 '기타스트림'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클래식에서 포크.팝.록.라틴음악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악기의 특성 때문에 자연스럽게 크로스오버 작업에 손을 댔다.

그동안 발표한 20장이 넘는 음반 중 브라질.스페인.쿠바.그리스.아일랜드 등 각국의 민속음악에 바탕을 둔 독주곡을 담은 '세계의 꿈'(텔덱) 은 지난해 '3대 테너 파리공연 실황앨범'의 인기를 앞질렀고 그에게 그래미상을 안겨주었다.

섬세하면서도 다채로운 음색을 구사하는 그에게 한 평론가는 '기타의 모네'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현재 뉴욕 맨해튼에 살고 있는 그의 취미는 남미의 정글을 탐사하는 것.

틈틈이 모터사이클과 크로스컨트리를 즐긴다. 지금까지 '클래식 기타' 등 27개 잡지의 표지모델로 등장할 정도로 용모도 매력적이다.

◇ 공연메모=안토니오 라우로의'왈츠 #3', 나오미 세멜의'4개의 노래', 그라나도스의'스페인 춤곡 제5번', 아구스틴 바리오스 망고레의'대성당' 중 제4번 왈츠, 존 두아르테의'애팔래치아의 꿈', 타레가의'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레오 브로우어의'검은 데카메론', 가우덴시오 티아고 데 멜로의'아마존의 유라푸루', 이사야스 사비오의'바투카타', 알베니스의'전설' 등. 민속적 색채가 짙은 라틴 음악으로 꾸몄다. 12월 5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악기의 특성상 약간의 확성장치를 사용하지만 가능하면 1층 객석의 앞쪽을 예매하는 게 좋다. 02-720-6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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