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대만에 시집간 베트남 처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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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적이 다른 청춘 남녀가 인연을 맺기까지는 가슴 찡한 사연들이 많다. 그러나 홍콩과 같은 중화권인 대만에서는 요즘 '국제 결혼'이 호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동남아 처녀들을 찾는 대만 남성들이 늘어나면서 '추악한 대만인'이란 악평을 듣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의 관영 매체들은 최근 "대만으로 시집간 처녀들이 '물건'취급을 당하고 있다"며 "베트남 처녀들을 사고 팔고, 부자.형제 간에 서로 넘기는 행위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비통''치욕'이란 격앙된 단어를 섞어서다.

오죽하면 베트남 남부에선 지방정부가 나서서 "젊고 아름다운 처녀들이 돈에 팔려 추하고 병든 대만 남성들과 더 이상 결혼해선 안된다"는 홍보 영화까지 상영하고 있다고 한다. 대만 노총각에게 베트남 여성은 중국 여성 다음으로 인기다.

지난해 결혼한 17만쌍 중 3만2천쌍이 중국.대만 간에 맺어졌고, 2만쌍은 국제결혼이었다. 주(駐)베트남 타이베이 대표처가 한 달에 1천2백여건의 결혼 업무를 처리한다니 국제결혼 중 70% 가량이 베트남 여성과 성사된 셈이다. 문제는 대만의 결혼 중개업체와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일부 남성들이다.

일부 업체는 '베트남 농촌 처녀'를 소개해 준다면서 "처녀(處女) 보증", "하나 도망 땐 하나 더 배상"등 어처구니없는 선전문구를 내걸고 있다. 베트남 현지에서 대만 남성이 40~50명의 처녀들을 줄세워 놓고 맞선을 보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결혼에 골인했다고 행복만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성적 학대와 가정폭력.언어 불통.고부 갈등 등으로 10%가 넘는 양국 커플이 결별한다. 지금까지 대만에 시집온 8만~9만명의 베트남 신부 중 상당수가 한숨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심지어 맘에 들지 않는 신부를 돈을 받고 '중고품'을 팔 듯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현상도 있다. 대만 언론들은 "네 명의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대만 남성이 잠자리를 만족시키지 못한 신부들을 차례차례 부친과 형제에게 넘겨준 사례까지 있다"며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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