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8 따라잡기] 좋은 책 고르기 작업 시스템으로 해결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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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라 한가하시겠어요! 요즘 자주 듣는 말이다. 진짜 그런가? 곰곰 생각해본다. 절대 아니다! 그럼, 나만 그런가?

주위를 돌아보아도 한가한 교사는 눈에 띄지 않는다. 있다면 정년퇴임을 앞둔 분들 정도일까. 교사는 방학 때 노는 사람 정도로 오해하는 분들이 너무나 많다. 오, 맙소사!

독서교육을 하는 교사들만 살펴보아도 올 겨울 너무나 바쁘게 지내고 있다. 우선 '전국독서새물결모임'은 초.중.고등학교 도서관에 들여 놓을 만한 책 목록을 방대하게 수집하고 마지막 손질을 하느라 정신 없다.

이분들은 아마도 오늘밤 역시 꼬박 새울 것이다. 좋은 목록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전교조 참교육실천위원회의 학교도서관 분과는 며칠 전 제 2회 '참실' 보고대회에서 뜻깊은 성과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전국 각 학교 선생님들이 학교도서관이야말로 우리 교육을 살리는 결정적인 공간이라고 믿고 뜨겁게 활동한 내용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아, 현장에서 묵묵히 흘렸을 발표자들의 땀을 생각하면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우리 '책따세'도 올해 활동할 방향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며 준비하느라 정신을 못 차릴 정도다. 그저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보내자고 되뇌였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최소한 10년 앞을 내다 보며 독서 문화의 인프라를 마련하고자 애쓰는 것이다.(꿈의 도서관을 만들어가는 '우라야스 도서관 이야기'(다케우치 노리요시, 도서관운동연구회 옮김, 한울)를 반갑게 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곁들여 '청소년 정보문화공간 모형개발 지침서'(김혁진, 한국청소년개발원)도 풍부하게 암시 받을 수 있는 책.)

어느새 6천5백명을 훌쩍 넘은 온라인 회원들을 위해 책따세 홈페이지(www.readread.co.kr)도 전면 개편하고, 10대들을 위한 푸른도서관을 전국적으로 확산할 수 있는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 여기에 '선생님들이 겪고 쓴 독서교육 길라잡이'(책따세, 푸른숲)의 후속 작업으로 '청소년을 위한 독서 길라잡이'를 올해 꼭 펴내려 한다.

특히, 이 모든 활동의 기초가 바로 책읽기. 하루에도 엄청나게 쏟아지는 신간들을 주의 깊게 살펴 보면서 좋은책을 골라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요즘 같은 방학이면 그간 놓쳤던 책들을 찾느라 더욱 바빠져 정말이지 하늘 한 번 올려다 보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이왕 뜻을 세우고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니 어름어름 할 수는 없다.

그러니 머리 속은 더 복잡해진다. 어떻게 하면 좋은책을 찾아 널리 알릴까. 어차피 혼자서 모든 책을 판단할 수는 없으니 집단 차원에서 우수 청소년도서를 찾아 쉽게 권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그 방법은? 아, 눈이 더 나빠지기 전에 한 권이라도 더 읽어야 되겠다. 시간은 누구도 기다려 주지 않으니까. 이 책에서 저 책으로 옮겨 다니는 눈길은 마치 깊고 푸른 우주 공간을 꿰뚫는 광선과 같다.

새로운 만남을 준비하면서 오늘로 이 칼럼을 접고자 한다. 그동안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우리는 책이다. 나와 너가 만난 '우리' 모두는 바로 우주의 신비한 책이다.

허병두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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