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이 못내 아쉬운 현대큐리텔 직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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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사 이후 꾸준하게 회복세를 보였고 모회사에효자 노릇도 했는데…'

지난 13일 중견 휴대폰제조업체인 팬택과 KTB네트워크의 공동 컨소시업에 전격인수된 현대큐리텔 직원들은 매각결정후 아직까지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대전자라는 이름을 달고 한때 국내 시장점유율 18%까지 차지하면서 삼성전자,LG전자와 함께 국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시장을 주도했던 현대큐리텔의 매각가능성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 1일. 하이닉스 반도체는 당시 반도체 부문 역량집중 방침에 따라 휴대폰 사업부문을분사시켜 자산규모 2천300억원, 자본금 400억원, 직원 1천260명의 신설법인인 현대큐리텔을 만들었다.

하지만 분사만으로는 눈덩이 처럼 불어난 부채를 비롯한 총체적인 난국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에 언젠가는 자회사도 매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계속 흘러나왔다.

이후 현대큐리텔은 새출발의 각오를 다지면서 조직안정화에 힘쓰는 한편 매달평균 40만대 이상의 CDMA 단말기와 무선가입자망(WLL)단말기를 북미지역 중남미, 중국, 동남아, 이스라엘 지역으로 공급함으로써 당초 예상과 달리 올해 매출예상액을1조원까지 상향조정하게 됐다.

최근에는 동유럽 루마니아 시장에 국내최초로 cdma2000 1x 단말기를 수출, 유럽의 CDMA시장 개척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함으로써 해외시장에서 상승세를 거듭해왔다.

이와 함께 국내시장에서 2%까지 추락했던 시장점유율을 지난달 5%선으로 회복하면서 3위업체인 모토로라와 순위 경쟁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현대큐리텔은 이같은 회복세에 힘입어 오랜만에 웃음을 되찾고 연말까지 점유율8%, 내년 상반기까지 15%를 차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결국 이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자산부채 양수도 금액(2년거치 3년 분할 상환) 1천447억원 중 1천150억원을 조기상환하는 등 고난에 처한 모회사에 효자노릇도 해왔다.

하지만 지난 9월 부터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진행된 하이닉스의 자회사 지분매각작업에 따라 그간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결국 중견업체에 회사가 팔리자 현대큐리텔직원들은 아쉬움 섞인 한숨을 내쉬고 있는 것이다.

현대큐리텔의 한 직원은 "대부분의 직원들이 분사당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각오로 일하면서 차츰 회복세를 보여왔는데 중도에 다른 업체에 인수돼서 실망감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일본 도시바나 이스라엘 다이텔레콤 등 외국업체에 인수되지 않음으로써 국내 정보통신의 희망인 CDMA기술을 이전하지 않고 양사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국내외 시장에서 더욱 선전할 수 있는 배경이 조성될 수도 있다며 자위하는 직원들도 눈에 띈다고 다른 직원은 전했다.

이와 관련 현대큐리텔 관계자는 "이번 매각이 발전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희망찬 분위기도 직원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며 "팬택 앞에서 업계 선배로서 당당하게 나설수 있도록 직원들을 독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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