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시장 개방으로 국내 로펌 옥석 가리기 본격화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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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김재훈
광장 대표변호사

“법률시장 개방으로 한국 법률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법무법인 광장의 김재훈(57·사법연수원 13기·사진) 대표변호사는 해외 대형 로펌들의 국내 진출에 대해 “국내 로펌들의 옥석(玉石)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5년에 걸친 단계별 개방에서 해외 로펌이 국내 로펌과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최종 단계에 가면 결국 경쟁력을 갖춘 로펌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예측이다.

그는 “이미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법률서비스가 전통적인 소송·분쟁 업무에서 인수합병(M&A), 공정거래, 조세, 해외투자 등 자문 업무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자문 업무에는 고도의 실력과 경험이 필요한데 이를 갖춘 국내 로펌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광장이 국제중재 분야에서 대형 해외 로펌과 견줘 손색없는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에 대해 김 대표변호사는 “지난 30년 동안 기업들의 니즈(needs)를 가장 잘 이해하고 효율적이며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쌓아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광장은 2011년 전문 조사기관 톰슨-로이터가 발표한 M&A 법률 자문실적 평가에서 거래총액과 거래총수 모두 아시아 지역 1위 로펌의 자리를 지켰다.

우리나라 로펌의 약점으로 꼽히는 ‘아웃바운드(outbound·국내 기업의 해외진출)’ 영역에 대해서도 김 대표변호사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아웃바운드 시장이야말로 대형 해외 로펌들이 국내의 경쟁력 있는 로펌들과 협조하지 않을 수 없는 분야”라며 “언어 장벽이 없고 업무에 대한 이해가 높은 국내 로펌과 일하는 것이 고객 기업들로서도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김재훈 대표변호사는 우리나라의 법조인 양성 시스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그는 “로스쿨 시대를 맞아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갖춘 대형 로펌들이 경쟁력 있는 법조인 양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로스쿨 시스템도 기본적인 소양을 갖춘 변호사들을 로펌들이 데려다 실무교육을 시키면서 양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조인 양성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으면 국내 법률서비스 시장의 선진화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변호사는 “당장 써먹기 힘들다고 해서 사법시험으로 2000명을 뽑아 판·검사 훈련을 시키는 과거로 돌아가겠느냐”며 “정부, 기업, 공공단체, 국제기구 등에서 다양하게 활동할 수 있는 자원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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