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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옆 7성급 호텔, 헌재 찾아간 대한항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경복궁 옆에 7성급 호텔을 지으려다 법률 조항에 가로막힌 대한항공이 지난해 헌법소원까지 낸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대한항공은 2008년 서울 종로구 송현동 49-1번지 대지면적 3만6642㎡ 부지를 2900억원에 샀다. 대한항공은 이 땅에 국가원수급 VIP들을 대상으로 한 최고급 호텔을 세우기로 했다. 현재 국내 최고 등급(6성급)이라는 워커힐 W호텔보다 더 고급으로 알려졌다. 전통 한옥 형태의 영빈관급 게스트하우스와 지상 4층 규모 호텔, 다목적홀, 갤러리까지 포함한 복합시설로 서울 도심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벽에 부닥쳤다.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학교 반경 200m 이내)에는 원칙적으로 관광숙박시설을 지을 수 없다’는 학교보건법 조항 때문이었다. 이곳엔 풍문여고, 덕성여중·고 등 여학교 3개가 인접해 있다.

 대한항공은 2010년 3월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금지시설’ 해제를 신청했으나 서울 중부교육청으로부터 거절당했다.

 대한항공은 그해 4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서울행정법원)과 2심(서울고법)에 이어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도 패소했다. 법원에 낸 학교보건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도 기각당했다.

 그러자 대한항공은 지난해 8월 학교보건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대한항공은 청구서에서 ‘호텔·여인숙·여관을 구분하지 않고 대한항공이 건설하려는 최상위 특급 관광호텔까지도 설치 및 영업을 제한하는 것은 평등권과 직업의 자유 등에 대한 침해’라고 주장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해당 부지에 건립하려는 호텔엔 도박장·유흥주점 등 면학 환경을 방해할 만한 유해시설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서울에 호텔이 모자라는 마당에 이를 ‘러브호텔’과 같은 급으로 취급해 규제해야 한다고 판단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8일 “관련 법은 예외적 허용을 통해 제한적이나마 건설 허가를 해주고 있기 때문에 위헌 소지가 없다”는 입장을 헌재에 전달했다. 대한항공은 헌법소원과 별도로 국회의 결정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출한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개정안은 유흥주점이나 도박장 같은 시설만 없으면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에도 관광호텔을 지을 수 있게 돼 있다. 단, 이 경우에도 건축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윤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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