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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미스터리 쇼핑’ 해보니 … 우등생 하나도 없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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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지난달 서울의 한 증권사 창구에 일반 고객으로 가장한 금융감독원 모니터링 요원이 나타났다. 그가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하고 싶다”고 하자 담당 직원은 대뜸 상품 안내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거 하면 됩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상품 특성이나 투자 유의 사항은 말을 꺼내지도 않았다. 다른 증권사도 사정은 비슷했다. “ELS 투자가 처음”이라는 금감원 직원에게 담당 직원은 “KOSPI200지수가 우량종목이다 보니 부담이 없어서 많이들 한다”며 다짜고짜 KOSPI200지수와 연동된 ELS 투자를 권했다. 20일 금융감독원이 소개한 증권사의 ELS 불완전 판매 사례다. 금감원은 지난해 11~12월 13개 증권사의 300개 점포를 대상으로 ELS ‘미스터리 쇼핑’을 한 결과 평균점수는 82.2점으로 2012년 상반기(76.5점)에 비해 5.7점 상승했다고 밝혔다.

  미스터리 쇼핑이란 금감원 모니터링 요원이 고객으로 가장하고 금융회사를 방문, 판매 과정을 점검하는 것을 뜻한다. 금감원은 투자자 정보 및 투자성향 파악, 상품설명 의무 등 증권사가 판매과정에서 지켜야 할 20개 항목에 대해 평가했다.

 점검 결과 한화투자·현대증권은 총점이 60점을 넘기지 못해 ‘저조’ 등급을 받았다. 두 증권사는 지난해 상반기 ‘보통’(70~80점) 등급에서 반 년 만에 두 계단이나 미끄러졌다. KDB대우증권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한 등급 내려간 ‘보통’ 등급을 받았다. 평가대상 13개 증권사 중 등급이 내려간 곳은 이 3곳뿐이다.

 90점 이상을 받은 ‘우수’ 증권사는 없었다. 대신·동양·미래에셋·우리투자증권 등 10개 증권사는 양호(80~90점) 등급을 받았다. 상반기에 ‘저조’ 등급이었던 하나대투증권과 HMC투자증권이 3계단 상승했다.

 평가항목별로는 ▶투자자 의사 확인 ▶만기상환 및 자동조기상환 등 ELS의 기본적인 내용에 대한 항목은 대부분의 증권사가 우수한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최대손실 가능금액 ▶적합한 상품 제안 ▶시나리오별 투자수익 항목에선 투자자 보호가 여전히 미흡했다. 김광욱 금감원 금융서비스개선3팀장은 “예전보다는 나아진 것으로 보이지만, 불완전 판매는 여전히 남아있다”며 “평가 결과가 미흡하거나 저조한 판매사는 개선계획을 제출하도록 하고, 계획을 잘 지키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ELS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실 상품을 판매할 우려가 있고, 투자자의 피해도 속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ELS는 파생상품의 한 종류여서 구조가 복잡하지만 이를 꼼꼼히 따지는 투자자는 드물다. 본인의 지식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기보다는 판매직원의 권유에 따라 즉흥적으로 가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특히 2011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ELS 관련상품 판매액 24조4000억원 가운데 17%인 4조2000억원이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팔렸다.

 발행 증권사의 자산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증권사가 고객의 투자금과 고유재산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아, ELS 상환시기가 한꺼번에 몰리면 유동성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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