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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마리 떼지어 나타나 우럭 6억원어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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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가마우지’ 떼가 전남 여수 어류 양식장을 습격해 어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가마우지는 날쌔고 잠수력이 뛰어나 가두리 안을 떼지어 공격할 경우 순식간에 많은 피해가 난다. 여수 지역 등 남해안 양식 어민들은 최근 계속된 혹한으로 인한 물고기 동사(凍死) 피해에 이어 가마우지 습격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전남해양수산과학원 여수지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가마우지 무리가 여수시 남면 일대의 양식장에서 먹어 치운 물고기는 20여만 마리다. 피해액은 6억원을 넘는다. 피해는 여수시 남면 대두라도와 돌산읍 군내리 등에서 최근 일주일 새 집중 발생했다. 대두라도 해상 양식장 3곳에서는 6~7개월 된 우럭 치어 15만 마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김근평(53) 두라리 어촌계장은 “양식장에 10㎝ 정도 자란 조피볼락 9만여 마리가 있었는데 가마우지 습격으로 8만 마리가 사라졌다”며 “처음엔 피해 원인을 잘 몰라 해경에 도난신고까지 했다”고 말했다.

 가마우지 떼가 여수 지역 양식장에 피해를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마우지는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여수해안에 조금씩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달 들어 1000∼2000마리씩 떼 지어 다니면서 양식장에 본격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

 전남해양수산과학원 이용한 여수지소장은 “중부지방 등에 흩어져 있던 가마우지가 최근 계속된 강추위를 피해 따뜻한 남해로 대거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해와 동해의 수온이 낮아지면서 물고기가 수면 깊이 내려가자 먹잇감을 찾아 남해 양식장으로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어민들은 가마우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가두리 양식장 칸마다 덮망을 설치하고 있다. 또 관리선으로 해상 가두리 양식장 주변을 주기적으로 순회하거나 폭발음 등으로 가마우지 떼를 쫓아내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양식 어민들은 혹한으로 인한 어류 동사 피해도 호소하고 있다. 전남 고흥군 하도리 양식장 3곳에서 15일 하루 동안 돌돔 25만 마리가 동사했다. 전남도 정병재 해양수산국장은 “남해안 수온이 평년보다 2도 정도 낮아지는 날이 많아지면서 난대성 어족인 돔 등이 주로 동사 피해를 보고 있다”며 “조기 출하 등으로 동사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여수=최경호 기자
[사진 프리랜서 오종찬/뉴시스]

◆가마우지=해안 절벽이나 암초에서 주로 서식하는 텃새로 사람이 다가와도 잘 도망가지 않는 습성이 있다. 물속 4~5m까지 잠수해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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