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용축제 성황리 막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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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초 막을 내린 제4회 세계무용축제(SIDance 2001) 는 메뉴를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춤 관객층의 확장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한달여간 모두 1만7천여명(평균 객석 점유율 80%) 이 다녀간 이번 행사에서는 춤 공연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전석 매진이 총 31회의 공연 중 다섯 차례나 있었다.

가장 화제를 모았던 공연은 중국 동포이자 성전환 무용수인 진싱의 '상하이 탱고'였다.세차례의 공연이 모두 객석 점유율 1백%를 웃돌거나 근접하는 열기를 띠었다.

지금까지 춤 공연은 무용 관계자나 무용학도 위주로 객석이 채워지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진싱의 공연은 팬클럽을 비롯한 일반 관객, 그것도 젊은 층의 호응이 높았다는 게 조직위의 설명이다.

초대권을 남발하지 않고 유료 관객으로 68%를 채웠다는 점도 칭찬받을 만하다. 세종문화회관이 주최를 맡은 모리스 베자르 발레단의 공연을 제외하고 입장료 수익으로 1억원 가량을 올렸다.

불황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됐다고는 하지만, 대중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수준 높은 해외 공연에 대한 욕구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해외 무용단과 교류의 장을 활성화해 '세계'라는 이름값을 했다는 의의도 크다. SIDance 조직위에 따르면 진싱의 경우 내년 한.중 수교 1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발표했던 '카르미나 부라나'를 한.중 합작으로 다시 만들기로 했다.

무용수 김희진이 활동 중인 프랑스의 장 클로드 갈로타 무용단 역시 한국의 의상.음악.무대장치 등을 사용하는 식의 공동제작(2003년) 을 제의해왔다.

그러나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다 보니 '세계무용축제'라는 브랜드로 인식되기 보다는 개별 공연의 묶음이라는 인상이 짙다.

대중성과 전문성 사이에서 좀더 고민도 필요하다.'종합선물세트'는 내용물을 잘 구성하면 호응은 높지만 특색은 그만큼 사라진다.

지나치게 비싼 돈을 주고 해외 무용단을 불러오는 것은 예산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민간 주도 행사로서는 재고해봐야 할 문제다.

매진된 공연 중에는 '다시 보는 신무용''젊은 무용가의 밤'등 국내 무용가들로 꾸민 프로그램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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