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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첫날밤 / 첫날 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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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기대감에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가슴이 뛰고 설렌다. 일평생의 동반자를 만나 두 사람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첫걸음을 떼는 날. 결혼식이 있는 날. 이날 신랑과 신부가 맞이하는 초야(初夜)는 우리말로 ‘첫날밤’일까 ‘첫날 밤’일까. ‘첫 날 밤’일까.

 띄어쓰기를 하는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처음에는 ‘첫’ ‘날’ ‘밤’ 이렇게 각각 떨어져 있다가, 이것이 ‘첫날’이 되고 거기에 ‘밤’이 다시 붙었을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방금 말한 ‘초야’에 대한 우리말은 ‘첫날밤’이 정답이다.

 ‘첫날밤’은 전부 붙여 쓰고 ‘첫날 밤’은 띄어 쓰는 까닭은 무엇일까. 동일한 형태의 어구를 이렇게 띄어 쓰는 것은 그 의미가 달라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신혼여행지에서 호텔 예약이 잘못돼 우리는 첫날밤을 장급 여관에서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마치 첫날밤을 맞은 신부처럼 가지런한 몸짓으로 말없이 방문을 들어섰다.” 이처럼 결혼한 신랑과 신부가 처음으로 함께 자는 밤이라는 뜻으로 쓰일 경우 ‘첫날밤’이 맞다.

 띄어 쓰는 ‘첫날 밤’은 어떤 경우에 사용되는가. “지금도 싱가포르로 여행을 가서 지낸 첫날 밤이 기억나.” “특히 소셜커머스 업체 측이 웹페이지의 가장 좋은 자리에 상품을 배치해주는 첫날 밤엔 잠을 자지 않을 정도로 실시간으로 댓글을 단다고 그는 말했다.” “애들이 미국에서 왔다. 2년 만이다. 일 년에 이 주일밖에 안 되는 휴가를 쪼개서 다섯 밤 자고 갈 예정이란다. 행복한 ‘서울의 밤’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도착 첫날 밤을 고스란히 설쳤다. ‘그놈의 딱 맞는 온도 만들기’ 때문이다.”

 어디론가 여행을 가거나 집을 떠나, 다시 말해 장소를 이동해 그곳에서 보내거나 맞이하는 첫째 날 밤을 얘기할 때는 이렇게 ‘첫날’과 ‘밤’을 띄어 쓴 ‘첫날 밤’이 바른 표기다. ‘첫날밤’은 결혼한 신랑과 신부가 처음으로 함께 자는 밤이라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변해버렸기 때문에 붙여 쓰고, 첫째 날 밤은 ‘첫날 밤’으로 띄어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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