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북대화 재개 대가 거액 요구할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북한이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 대화 재개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에 거액의 대가를 요구할 것이며, 대남 협상력을 높이려 추가 핵실험이나 국지 도발을 감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통일연구원(원장 김동성)은 17일 발표한 A4용지 60여 쪽의 ‘2013년 통일 환경 및 남북 관계 전망’이란 정세 보고서에서 올 초반엔 북한이 “온건한 언동으로 박근혜 당선인의 대북 정책이 유화적으로 흐르게 유도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통일연구원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대남 접촉에서도 막후 역할을 두드러지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올 전반기 남북 대화 재개를 위한 탐색기를 거쳐 하반기에는 박근혜 정부의 대화 시도에 북한이 호응해 옴으로써 대화 채널이 복원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통일연구원의 전망이다. 통일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박근혜 정부도 남북 관계 경색에 따른 국민들의 피로감을 인지하고 있어 교류 협력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5·24 대북제재 조치를 해제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에 합의한다면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 등 교류에 호응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통일연구원은 “북한 군부는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과시하려 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은 핵실험 패턴을 되풀이하는 행태를 보일 것”이라며 “군사 도발 가능성이 2012년보다 다소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핵실험의 경우 “기술적 준비는 모두 끝냈으며 남은 건 김정은의 정치적 결단”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체제 내부는 경제난 악화로 인한 민심 이반 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군부 일각의 반발이 있을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김정은 정권을 위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통일연구원은 밝혔다. 지난해 농사 작황이 좋은 편이라 대기근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일부 농업개혁 가능성이 있으나 정책 조정 미비로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봤다.

 대미 관계와 관련해 통일연구원은 “오마바 2기 행정부 출범을 확정한 직후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기 때문에 북·미 관계는 당분간 냉랭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 역대 대통령들이 2기 정권에 접어들어서는 외교 성과를 위해 대북 협상에 나섰다는 점에서 경색 국면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고 통일연구원은 설명했다. 특히 북한 미사일이 미 본토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직접 대화에 무게를 둘 수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 체제가 본격 행보를 시작하는 중국은 ‘북한 감싸기’ 기조를 바꾸기 쉽지 않겠지만 로켓 발사 등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면 중국도 강한 대북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도 중국의 이런 입장을 활용해 군사 도발과 경제 개혁 카드를 적절히 섞어 가며 중국의 후원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관측했다. 통일연구원은 “북한이 6자회담을 공전시키거나 핵실험으로 판 흔들기에 나선다면 북한 문제를 둘러싼 한·중 협력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