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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기 『삼국유사』 연세대 박물관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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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고(故) 손보기(1922~2010·사진) 연세대 사학과 교수의 유족이 손 교수가 소장했던 『삼국유사』 1책 목판인쇄본을 14일 연세대 박물관에 기증했다. 이 책은 현전하는 『삼국유사』 중 가장 이른 시기 판본인 조선시대 초기본이다. 또 기존 판본에서 훼손되거나 누락된 부분이 많았던 ‘왕력편(王曆篇·역대 왕의 족보)’이 포함돼 사료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유족이 기증한 책은 신라·고구려·백제·가야 왕실의 족보가 담긴 ‘왕력편’과 고조선으로부터 후삼국까지의 역사를 서술한 ‘기이편(紀異篇)’ 권1, 권2로 구성돼 있다.

 연세대 박물관은 “낙장이 없이 완벽한 상태이며, 조선 초기 간행본인 권2(보물 제419-2호. 성암고서박물관 소장)와 대조한 결과 동일 판본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고려 후기 1281년(충렬왕 7년) 일연 스님이 편찬한 것으로 알려진 『삼국유사』는 총 5권 2책으로 구성돼 있다. 조선 1512년(중종 7년) 경주에서 간행한 목판본 ‘중종 임신본(中宗 壬申本)’이 완전한 형태로 전하는 가장 오래된 판본이다. 그보다 앞선 조선 초기 판본은 전질이 아니라 일부만 남아 있다.

 특히 ‘왕력편’은 중종 임신본이 가장 오래된 판본이지만 글자의 오류나 탈락이 심하다. 예를 들어 중종 임신본에서 신라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어머니 천명부인(天明夫人) 시호는 문정(文貞)이지만, 손보기 교수 소장본엔 문진(文眞)으로 적혀 있다.

 손 교수는 구석기 고고학과 서지학에 정통했던 사학자로 연세대 박물관장을 역임했다. 김도형 연세대 박물관장은 “손 교수님이 삼국유사 판본을 소장하고 있었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으나, 고인이 어떤 이유에선지 생전에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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