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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해운 어디로 … CJ·SK·외국계 물밑 5파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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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매물로 나온 해운업체 대한해운과 STX팬오션 입찰에 그룹 계열 해운업체들과 외국계 업체가 주로 참여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1일로 예정된 대한해운 본입찰에는 SK그룹 계열의 SK해운과 CJ그룹, 동아탱커 등 전략적 투자자 3곳과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와 선박금융회사 제니스파트너스 등 모두 5곳이 참여할 전망이다. 대한해운은 해운업계 7위(2011년 매출기준) 업체로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지만 한국전력이나 포스코 같은 우량 회사들과 장기운송 계약을 맺고 있다. 대한해운 입찰에는 외국계 업체와 그룹의 배경을 갖춘 국내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CJ그룹이 대표적이다. 최근 인수한 국내 물류업계 1위인 대한통운을 그룹 내 물류회사인 CJ GLS와 합병한 데 이어 대한해운 인수로 해운산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육상·해상 물류를 아우르는 물류 전문업체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SK그룹을 배경으로 둔 SK해운도 대한해운 인수를 통해 덩치를 키울 생각이다.

 매물로 나온 해운업계 3위 업체 STX팬오션도 마찬가지다. STX그룹 측은 최근 모건스탠리와 스탠다드차타드(SC)를 주간사로 세워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STX팬오션 인수 전에는 외국계인 조디악과 CJ그룹 등이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조디악은 벌크선 분야에서 세계 5위권 업체다. CJ그룹 관계자는 이날 “긍정적인 자세로 STX팬오션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인 현대글로비스도 STX팬오션 인수전에 막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반면 해운업계 선두업체들은 인수전 참여를 꺼리는 분위기다. 해운시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자금 여력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운업황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벌크선운임지수(BDI)는 2008년 한때 1만1800대를 넘어섰다가 올 1월 들어서는 734까지 떨어졌다. 컨테이너용선지수(HRCI) 역시 같은 기간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 그만큼 국내 주요 해운업체들도 대규모 적자를 봤다. 해운업계 1위인 한진해운은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8조164억원 매출에 386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2위 업체인 현대상선도 6조1095억원 매출에 577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해외경기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고, 당분간은 긴축 경영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만큼 입찰 참가는 힘들 것이다”고 말했다. 후발 주자들의 공격적인 행보로 해운업계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는 본업인 자동차 운송 외에 해상운송과 3자물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엔 현대오일뱅크와 1조1000억원대 장기운송계약을 맺고 초대형 유조선을 발주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머잖아 기존 해운사들의 매출 규모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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