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장수 문화장관 나왔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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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장관이 맡는 업무는 문화예술, 미디어, 종교, 체육, 관광 등 국민의 문화생활 전반과 관련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경제발전만큼 문화가 따라가지 못한 데서 오는 ‘문화지체현상’이 심각하다. 지식·문화예술과 교양을 중시하는 선진시민사회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이런 점에서 문화부의 존재와 그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오늘날 문화국가의 대표 격으로 꼽히는 프랑스는 역대 정부들이 문화진흥을 국가정책 목표의 최상위에 두고 문화부에 힘을 실어왔다. 특히 드골 정부의 앙드레 말로와 미테랑 정부의 자크 랑은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하에 (앙드레 말로 10년, 자크 랑 8년 재임) 문화국가의 기틀을 다졌다. 우리는 어떤가. 1990년대 문민정부 이후만 보더라도 문화부 장관은 거의 해마다 바뀌었다. 평균 재임기간이 1년여에 불과하다. 현 정부에서는 재출마가 예상되는 국회의원이 8개월간 짧게 장관직을 수행하다 간 사례도 있다. 장관 인사가 특정 정치인의 경력 쌓기로 전락한 셈이었다. 장관의 잦은 교체와 격에 맞지 않은 인사는 문화부 직원의 사기를 저하시킴은 물론 코드인사 또는 캠프인사라는 비난을 초래한다.

 새 문화부 장관은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우선 신망을 받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본다. 비정치인이었으면 한다. 정치인 장관일 경우 바쁜 정치일정으로, 문화부 고유 업무에 집중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 문화정책은 그 성과가 대체로 중·장기적이기 때문에 지속성과 일관성이 특히 중요하다. 새 정부 인사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문화 분야는 더욱더 그렇다. 경제대국에 걸맞게 문화대국을 이룩하려는 비전을 가진 인물이 문화부 장관이 됐으면 좋겠다.

윤청하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