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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세 최고령 연수원생의 무료 상담 기대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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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사법연수원 최고령 연수생으로 오는 3월 입소하는 정진섭 전 의원. 그는 “나이 들어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연수원 생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뉴시스]

“요즘 법전을 다시 펼쳐보는데 공부가 참 재미있습니다. 정치인 출신이라 20~30대 동기 연수생들과 어울리는 것도 자신있고요.”

 머리가 희끗희끗한 정진섭(61)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의원이 올해 3월 사법연수원 최고령 연수생으로 입소한다. 정 전 의원은 서슬 퍼렇던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사법시험 1·2차 시험에 합격했다. 그러나 과거 유신 반대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3차 면접에서 떨어졌다. 이른바 ‘사시면접 탈락 사건’ 피해자 10명 중 한 명이다.

 1972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정 전 의원은 4학년이던 75년 유신정권 반대 시위에 참가했다가 체포돼 퇴학당했다. 강제로 군에 입대해 77년 말 제대했다. 그는 “법대 동기들보다 늦은 나이에 사시를 준비하며 79년 10·26, 80년 ‘서울의 봄’을 맞았다”며 “제대 후 공부하는 틈틈이 시위에 나갔었다”고 말했다.

 81년 사시 23회에 합격했지만 시위 전력자들은 불합격시킨다는 불길한 소문이 돌았고 소문은 사실이 됐다.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바뀌었다. 정 전 의원은 “‘사법부조차 나를 안 받아주면 어디서 받아줄까’라는 생각에 막막했다”며 “그러다 정치판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17·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지낸 그에게 다시 법조인으로서 활동할 기회가 찾아온 것은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당시 탈락자들에게 사법연수원 입소 기회를 줄 것을 정부에 건의하면서였다.

법무부는 2008년 정 전 의원과 신상한(57) 전 산업은행 감사실장, 조일래(59) 전 한국은행 법규실장, 박연재(61) 전 KBS총국장, 한인섭(54) 서울대 법대 교수 등에게 뒤늦은 합격증을 배부했다. 신 전 실장, 조 전 실장, 박 전 총국장은 이후 사법연수원을 수료해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연수원 생활이 기대된다”며 “연수원을 마치고 어려운 분들에게 무료 법률 상담을 해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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