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하루가 시급한 롯데의 감독 인선

중앙일보

입력

"누가 감독이 된답니까?"

"아무개씨가 감독이 된다는 게 사실입니까?"

얼마 전 전화 통화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몇 몇 선수들이 오히려 필자에게 차기 감독이 누가 될 것인지 아느냐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롯데는 지난 3일 정규 시즌을 마친 이래 아직까지 차기 감독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벌써 한 달 가량 제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 롯데는 지난 7월 유명을 달리한 故김명성 감독 대신 별무리 없이 시즌을 이끌어 온 우용득 감독대행이 자연스럽게 감독으로 승격이 되는 듯 했다. 그러나 누구보다 롯데 선수들에게 신망이 높고 또한 롯데를 잘 아는 권두조 2군감독이 감독으로 임명된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그런데 이제와서는 백인천 전 삼성 라이온즈감독, 김용희 전 롯데 감독, 박영길 전 롯데 감독, 이희수 전 한화 이글즈 감독까지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한마디로 웬만하면 모두 감독후보에 올라와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신격호 회장의 둘째 아들로 롯데 그룹의 국내 부분을 관장하는 신동빈씨가 조만간 현재 공석 중인 구단주로 취임할 예정인데 기존의 인물보다는 능력을 갖춘 새 인물을 중용해 부임하는 첫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롯데 그룹 고위층에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그룹 고위층 입맛에 딱 맞는 인물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롯데 선수단은 지난 18일부터 경남 남해에 금년을 마무리하는 합숙훈련에 들어갔고부상 선수 몇 명은 일본으로 재활훈련을 갔다. 물론 지난 8월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우용득 감독대행이 이끌고 있으나 정식 감독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으며 선수들도 만나면 감독 인선 이야기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한다.

또한 1년 계약이며 감독에 따라 자신의 자리가 바뀌는 경우가 많은 코치들도 감독이 없는 상황, 즉 자신이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제대로 신경을 쓸 리가 만무하다.

여기에 내년 시즌을 위해 영입하려는 외국인 선수들도 입단 테스트를 받기 위해 입국해 있으나 선발 권한을 가진 책임자가 없기 때문에 선발 기준이 애매하다. 자칫 잘못하다 내년 외국인 선수 농사를 망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올 시즌 최하위로 내려 앉아 내년 시즌을 위해 다른 팀들 보다 한 걸음이라도 앞서 나가도 시원치 않을 판에 첫걸음도 제대로 디디지 못하고 있는 형편을 보면 딱하기 그지 없다.

그 동안 롯데 프런트는 매사에 일 처리가 늦고 깔끔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또한 윗 사람의 눈치를 많이 본다는 말도 많이 들린다. 여기에는 무엇이 구단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 아닌 일인지 판단을 잘못하다는 롯데 그룹 고위층의 책임도 크다.

롯데 구단은 하루라도 빨리 감독 인선을 매듭지어 타 구단에 비해 운영력이 떨어진다는 오명(汚名)을 씻어 버리고 명문 구단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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