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L] 영광 재현을 노리는 시카고 베어스

중앙일보

입력

마이크 딕카 감독이 이끌던 1985년 시카고 베어스는 당시 NFL 최강의 팀이었다. 그해 베어스가 정규시즌에서 거둔 성적은 15승1패. 유일한 1패인 마이애미 돌핀스전에서의 24-38의 패배도 12연승 행진을 벌이다 당한 것이다.

정규시즌 두 경기에서 완봉승을 거두었던 시카고는 득점 NFL 2위, 실점 NFL 1위로 기록적인 면에서도 명실상부 최강의 팀임을 다시한번 과시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러닝백 월터 페이튼, 쿼터백 짐 맥마흔이 이끌었던 공격력과 윌리엄 페리가 이끈 공포의 디펜시브 라인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고였다.

85시즌 베어스는 정규시즌의 뛰어난 성적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님을 포스트시즌에도 과시했다.

2년연속 NFC 중부지구 우승을 거두며 1963년 이후 처음으로 홈에서 플레이오프 치룬 베어스는 당시 NFL 6위의 공격을 자랑하던 뉴욕 자이언츠에게 21-0이라는 완봉패의 치욕을 안겼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홈구장인 솔져 필드에서 벌어진 NFC챔피언 결정전에서도 베어스는 LA 램스(현 세인트루이스 램스의 전신)를 24-0으로 영봉시키며 또 한번 사람들을 놀라게했다.

86년 1월26일 벌어진 제10회 슈퍼보울에서 베어스는 뉴잉글랜드 페이트리어츠를 46-10으로 물리치고 대망의 빈스롬바르디 트로피를 안게 되었고 90년대 초반까지 NFC 중부지구의 강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이후 시카고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97년 11월 23일 탬파베이 버커니어스전에서 13-7로 승리를 거두며 NFL 팀가운데 가장 먼저 600승 고지에 등극하는 감격을 누렸지만 80년대 중반이후 보여준 시카고의 모습과는 달랐다.

92년을 끝으로 마이크 딕카 대신 데이브 원스테트(현 마이애미 돌핀스 감독)가 부임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고 원스테트도 98시즌을 끝으로 감독직을 딕 야론에게 넘겨야 했다.

딕 야론의 2년간 성적도 전임 원스테트처럼 베어스의 화려했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다.

야론 부임후 2시즌 모두 베어스는 5할이 훨씬 안되는 승률로 부진하며 상대 팀들에게 승리를 올리기에 적격인 팀으로 낙인 찍혀 있었다.

올 시즌도 베어스에게 특별한 눈길을 보낸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시즌 첫경기였던 볼티모어 레이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17-6으로 패하면서 팬들은 "그러면 그렇지"라고 외쳤다.

강화된 레이번스의 공격력을 터치다운 두 개로 막아낸 수비력은 인상적이었지만 별반 달라진게 없어 보이는 공격력은 올 시즌도 베어스를 힘들게 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베어스는 지난 두 시즌의 베어스와는 다른 팀이었다.

2주차 홈 개막전 미네소타 바이킹스와의 경기에서 강력한 수비를 바탕으로 17-10의 역전승을 거두며 기염을 토한 베어스는 이후 3경기에서 만만찮은 상대들에게 연승을 거두며 현재 4승1패로 강호들이 모여있는 NFC 중부지구에서 단독 선두를 질주, 올 시즌 옛 영광 재현을 꿈꾸고 있다.

올 시즌 베어스의 좋은 성적에는 뛰어난 수비가 큰 몫을 하고 있다. 베어스는 올 시즌 5경기 평균 8.6점의 실점으로 NFL 최소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색이나 인터셉트 등 화려한 플레이가 특별히 많은 건 아니지만 실점 가능지역에서의 집중력있는 수비는 올시즌 타 팀의 접근을 불허하고 있다.

미들 라인벡커 브라이언 어래쳐, 새이프티들인 마이크 브라운과 토니 패리시, 코너백 R.W. 맥쿼터스 등은 올 시즌 괄목상대라는 말이 잘 어울릴 정도로 뛰어난 수비를 보이며 과거 베어스의 막강 디펜스를 연상시키고 있다.

여기에 시즌 두번째 경기인 미네소타전에서 주전 쿼터백 쉐인 매튜스의 부상으로 교체출장했던 짐 밀러는 3주차 경기부터 주전 쿼터백으로서 건실하게 공격진을 이끌어 팀 전력에 상승효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성적이 올 시즌 베어스의 '옛 영광 재현'이라는 귀결로 끝나리라고 단정 할 수는 없다. 아직 베어스가 넘어야 할 산이 많고 높기 때문이다.

당장 베어스는 29일(한국시간) 4승 1패의 호성적을 기록중인 만만찬은 상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와의 일전을 치루어야 한다. 이후의 일정도 결코 녹록치 않은 상대들로 짜여져 있어 베어스가 갈 길은 멀어만 보인다.

올해로 31년째 홈구장으로 사용중인 솔저 필드는 2003년 대대적인 개보수로 새롭게 태어날 예정이며 2002년 시즌 베어스는 일리노이 대학의 메모리얼 스타디움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게 된다.

과거의 영욕이 고스란히 담겨진 현재의 솔저 필드에서의 경기는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기에 베어스의 올 시즌 선전 여부는 또다른 측면에서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1985년 슈퍼보울 우승후 가진 퍼레이드에서 당시 베어스 선수들은 연도의 50만 시민들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16년이 지난 지금 올 시즌 2001 시카고 베어스는 다시 한번 그날의 감격을 위해 달리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