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술자리는 치아 건강 적신호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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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긍록(51) 경희대 치과병원 연구부장 및 보철과 과장. 임플란트센터장 역임. 국제임플란트학회(ICOI) 코리아 회장, 대한심미치과학회 부회장. 저서로는 무치악환자를 위한 보철치료 총의치치료의 기공임상 등.

새해가 밝았다. 연말에 이어 연초에도 직장인들은 바쁘다. 각종 모임이나 신년 회식등으로 눈코 뜰 새가 없다. 연말에서 신년초로 이어지는 술자리로 건강에는 적신호가 켜진다. 이때 대부분의 직장인은 숙취로 무거워진 몸이나 지친 간, 푸석해진 피부 등에 주로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그 어느 부위보다 신경 써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입속(구강)이다. 구강은 술을 1차적으로 받아들이는 곳이다. 더구나 겨울철은 기온이 낮고 일조량이 적어 우리 몸의 면역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치아 건강이 더 취약하다. 술과 안주에 둘러싸인 치아와 잇몸은 녹초가 된다.

알코올에는 기본적으로 당분이 포함돼 있다. 게다가 와인 같은 과실주는 과당까지 들어 있어 당분 수치가 더욱 높다. 이런 당분은 치아에 얇은 막 형태로 남는데, 이는 충치를 유발하는 세균이 달라붙기 쉬운 환경이다. 세균이 활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또 술을 마실 때 먹는 안주도 문제다. 흔히 국물이 있는 음식이나 무침류는 다량의 염분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치주염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질기고 딱딱한 오징어·땅콩 등의 마른안주는 치아를 마모시키고 턱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다. 구강과 치아야말로 술 마실 때 주의할 요소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게다가 술자리에서는 담배를 피우기 쉽다. 음주와 흡연은 혈액 순환을 방해해 구강 내 산소량을 감소시킨다. 산소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세균이 더욱 활발하게 번식해 잇몸병을 악화시킨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예방하거나 완화할까.

첫째, 술을 마실 때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은 입안에 남아 있는 당분이나 염분을 희석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안주는 섬유질이 풍부한 오이나 당근 등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채소류는 당분이 거의 포함돼 있지 않고 씹을 때 섬유질이 치아 표면을 닦아 주는 역할까지 하기 때문에 일석이조다. 잇몸을 마사지해 입냄새를 줄이는 것은 보너스다.

둘째, 귀가 후 잠자기 전에 양치질을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술을 마시고 돌아와 그냥 잠자리에 드는 것은 충치나 잇몸병을 불러들이는 행위다. 수면 중에는 침의 분비량이 적어 입안이 마른다. 또 말을 하거나 음식을 먹을 때처럼 혀나 뺨의 움직임에 의해 치아 주변의 끼인 음식물이 씻겨지는 자정작용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수면 중에는 남아 있는 음식 잔여물로 인해 세균 활동이 왕성하게 된다. 특히 입을 벌리고 잠을 자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더욱 취약하다. 입을 벌리고 자면 입안이 더 건조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잦은 술자리, 피할 수 없다면 구강 건강에도 신경 쓰는 게 치아 100세 건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권긍록 경희대 치과병원 보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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