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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예산 역대 최대 … 빈곤층 의료지원 싹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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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해 예산안의 특징 중 하나는 박근혜 당선인과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후보가 대선 기간 약속한 복지 예산이 상당 부분 포함됐다는 점이다. 두 사람의 공통 공약 20개를 추려내 만든 이른바 대선용 ‘보편적 복지’ 예산이다. 정부안보다 2조2000억원 이상(특별교부세 포함하면 2조5000억원가량) 늘어난 대선용 복지 예산으로는 0~5세 무상보육(1조4000억원), 반값등록금(5250억원), 청장년·노인 일자리(2362억원) 예산 등이 반영됐다. 역대 예산 중 복지 예산이 최대다.

 하지만 정작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 관련 예산은 오히려 줄어든 항목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게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의 의료비 보조(의료급여경상보조) 예산이다. 당초 정부안(중앙정부 부담 5000억원가량)에 비해 2824억원 삭감됐다. 일반적인 의료보험 환자와 달리 기초수급자로 구성된 의료급여 환자는 진료비를 본인 대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액 대준다. 하지만 매년 이 예산이 부족한 탓에 의료급여 환자를 받는 병원은 진료비를 뒤늦게 받게 되고, 일선 병원에선 ‘외상’으로 진료를 받는 이런 환자 받기를 꺼린다고 한다. 가난으로 설움 받는 이들이 사실상의 진료 거부로 또 한 번 어려움을 겪는 이중고인 셈이다. 이런 일을 없애자고 늘린 예산을 국회에서 무상보육과 반값 등록금 등 대선 후보들의 복지 공약을 집행하기 위해 깎은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외치고 보편적 복지에 가까운 예산편성을 하면서도 정작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을 위한 예산은 빼버린 것이다.

 보훈 대상자 교육비 지원(10억2000만원), 차상위계층 지원(4억8200만원), 실업자 직업능력 개발 지원(39억1500만원) 등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일 위험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예산이지만 감액 대상이 됐다. 다만 저소득층 사회보험료 지원의 확대를 위한 예산은 588억원이 늘었다.

권호·허진·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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