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mL라더니 1700mL … 생맥주 잔에도 거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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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500mL 생맥주 잔이나 2000·3000mL 피처 잔에 제공되는 생맥주의 실제 양이 표기량보다 많게는 30% 넘게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서울 강남역·신림역·신천역·홍대역·종각역·혜화역의 맥줏집 30곳을 조사한 결과다.

 30일 소비자원에 따르면 500mL 생맥주 한 잔의 평균 제공 양은 주문량의 87%인 435mL, 2000mL와 3000mL는 77%인 1544·2309mL였다. 이 때문에 용량이 큰 피처로 주문해도 500mL를 시킬 때보다 가격 이익이 없었다. 실제 생맥주 제공 양으로 따졌을 때 500mL는 1mL당 7.2원, 2000mL짜리는 7.1원으로 거의 같았다. 업소마다 양도 들쭉날쭉했다. 3000mL의 경우 실제 주문량보다 32% 적은 2050mL밖에 내놓지 않는 곳도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피처 잔 크기 자체에 거품이 끼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단지 거품 때문에 나오는 맥주 양이 메뉴에 표시된 것보다 적은 것이 아니라 피처 잔 크기 자체가 2000·3000mL에 미치지 못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500mL 잔은 실용량이 500mL였으나 2000mL는 1700mL, 3000mL는 2700mL였다.

 소비자원 송규혜 식품미생물팀장은 “생맥주는 식품위생법상 표시 기준 준수 대상이 아니어서 표기량과 실제 제공 양이 달라도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법·제도가 미비해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상황인 것이다.

 생맥주 잔은 대부분 맥주업체가 무상으로 제공한다. 소비자원은 피처 잔 실제 용량이 메뉴 표시에 못 미친다는 조사 결과를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등 맥주업체에 통보했다. 이에 맥주업체들은 내년부터 맥줏집에 제공하는 생맥주 잔에 소비자들이 정확한 용량을 알 수 있도록 눈금 표시를 하기로 했다.

 소비자원 측은 “잔에 용량 표시를 하는 것뿐 아니라 가격 표기법 역시 바꿔야 한다”고 했다. 맥주업체들은 피처 잔의 바닥이나 포장 박스에 1700·2700mL로 표시해 놨는데도 판매업소들이 관행적으로 2000·3000mL라 이름을 붙여 판매해 왔다. 그러니 맥줏집이 메뉴에 ‘2000mL ○○○○원’이라고 있던 것을 ‘1700mL ○○○○원’ 식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 소비자원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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