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민생문제 해결 온 힘” MB “나도 마지막까지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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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왼쪽)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단독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청와대에서 만나 정권 인수인계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배석자 없는 40여 분간의 독대였다. 집권당 소속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의 만남은 25년 만이다.

 박 당선인은 이날 오후 3시쯤 검은색 벤츠 S600 차량을 타고 청와대 1층 현관에 도착했다. 하금열 대통령실장 등과 인사를 나누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이 대통령은 큰 소리로 “추운데 빨리 들어와요. 환영해요”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도 환하게 웃으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두 사람은 악수를 하고 2층 환담장으로 이동해 덕담을 나눴다.

 ▶이 대통령=다시 한번 축하해요.

 ▶박 당선인=감사합니다.

 ▶이 대통령=건강은 괜찮아요? 선거 끝나고 다니는 거 보니까 건강은 괜찮아 보여요.

 ▶박 당선인=쪽방촌 방문했습니다.

 ▶이 대통령=내가 마지막까지 안전·재해 문제 등…(최선을 다하겠다).

 ▶박 당선인=어제 인수위원장을 발표했고 인수위원도 조만간 마무리 지으려고 합니다. 가능한 한 차분하 게, 그것이 국민들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회동이 끝난 뒤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의 공식브리핑은 간단했다. “가장 시급한 민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민생예산 통과가 필요하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민생예산이 통과돼야 국민들께 한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박 당선인의 발언 내용을 소개하는 게 다였다.

 조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약간의 부연설명을 했다. 박 당선인이 민생 예산 처리를 요청하자 이 대통령은 “민생예산 통과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은 또 “선거 때 많은 유권자들을 만나보니 한결같이 얘기하는 게 ‘경제가 어렵다. 살기가 힘들다’는 소리였다. 앞으로 인수위 활동은 물론 새 정부에서 민생문제 해결에 모든 힘을 쏟아붓겠다”는 각오도 밝혔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박 당선인이 요청한 예산 사항이 모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며 기획재정부에 지침을 내리겠다고 약속했고, 회동 후 참모들에게는 “얘기 잘 나눴다”고 말했다고 한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그러나 야당에선 “이해할 수 없는 회동”이란 반응을 보였다. 40분간 대통령과 당선인이 독대한 뒤 ‘민생예산’ 통과 문제만 논의했다는 얘기가 납득이 안 된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시급한 노동 문제 등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관계자는 “예산안은 이미 국회로 넘어와서 여야가 잠정 합의를 하지 않았느냐”며 “예산 편성 시기도 아닌데 대통령한테 무슨 민생예산 통과를 위해 협조를 부탁하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스타일상 이 대통령이 혼자서 말을 많이 하고 박 당선인은 할 말을 다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하·이소아 기자

이명박·박근혜 주요 회동

▶ 2007년 12월 29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 뒤 첫 회동. 공천 시기 놓고 대립

▶ 2008년 1월 23일 박근혜 당선인, 중국특사 활동 결과 보고. ‘공정 공천’ 합의

▶ 2008년 5월 10일 낙천 후 탈당해 당선된 친박 의원 복당 놓고 대립

▶ 2009년 9월 16일 박근혜 당선인, 유럽특사 활동 결과 보고

▶ 2010년 8월 21일 정권 재창출 합의

▶ 2011년 6월 3일 박 , 유럽특사 결과 보고

▶ 2012년 9월 3일 대선 후보 선출 후 회동. 대학 반값등록금·양육수당 확대 등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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