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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붕 문서’ 유엔 제출에 담긴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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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현수
인하대 교수·해양법

정부가 지난 27일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CLCS)에 우리의 대륙붕이 200해리를 넘어 일본 오키나와 해구까지 연장돼 있다는 주장을 담은 문서를 제출했다. 일본이 반대 입장을 갖고 있는 데다 중국이 주장하는 대륙붕 연장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우리 주장을 정식으로 제출한 것 자체는 상당한 의미가 있는 일이다.

 유엔해양법 협약(76조8항)에 따라 연안국은 영해기선(해양영토의 기점)으로부터 200해리를 넘는 대륙붕의 한계에 관한 정보를 공평한 지리적 배분의 원칙에 입각해 CLCS에 제출할 수 있게 돼 있다. 따라서 이번 우리 정부의 대륙붕 연장 주장은 국제법에 따른 정당한 권리 행사인 셈이다.

 대륙붕은 육상 영토의 자연적 연장이 계속되는 해저지역의 해저와 하층토로 이루어진 부분이다. 바다에 접한 연안국은 이들 대륙붕을 탐사하고 천연자원을 개발할 수 있는 주권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다른 나라는 해당 연안국가의 동의 없이는 어떠한 개발 활동도 할 수 없다. 탐사와 이용 및 개발을 독점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가지게 된다. 다시 말하면 대륙붕 자체가 사실상 ‘해저 영토’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CLCS는 이번에 제출된 문서를 심사해 해당 제출국의 대륙붕 ‘권원’(어떤 행위를 법률적으로 정당화하는 근거)의 한계를 권고하게 된다. 이 권고를 기초로 해당 제출국들이 확정한 대륙붕 한계가 최종적으로 구속력을 갖게 된다.

 우리 정부는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이자 동중국해에서 대륙붕을 보유한 연안국이다. 그동안 대륙붕 한계를 분명히 하기 위해 우리의 자체 해양과학기술을 이용해 해당 수역에 대한 탐사와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200해리 밖으로 연장된 우리 대륙붕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법적·과학적으로 규명했다. 그리고 이를 입증하는 800쪽 분량의 방대한 문서를 이번에 유엔에 제출했고 심사를 기다리게 됐다.

 우리 정부는 동중국해에서 일본 및 중국과의 대륙붕 경계획정 문제뿐 아니라 우리의 대륙붕 권원에 관한 문서를 제출해야 하는 어려움을 함께 겪어야 했다. 이런 문제를 감안해 관계국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도 우리의 대륙붕 권원을 법적인 근거에 따라 최대한 확장하려는 노력을 했다. 왜냐 하면 CLCS 규정에 따르면 해당 수역에 해양 분쟁이 존재할 경우 당사국의 사전동의가 없으면 특정국이 제출한 정보를 심사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서 제출국은 문서심사를 위해 자국의 문서제출이 당사국 간 경계획정에 전혀 영향이 없음을 연안국들에 확인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결국 문서 제출은 몇 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째, 분쟁 수역인 동중국해에서 우리 대륙붕 권원의 한계를 법적·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해 제시했다. 둘째, 우리 정부의 대륙붕 한계 결정에 활용된 고도의 해양과학기술 수준을 전 세계에 알렸다. 셋째, 주변 이해당사국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문제해결에 공동으로 대응하려고 노력해 분쟁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려고 했다. 끝으로 해결되지 않은 동중국해 대륙붕 경계획정 문제를 해양법 협약의 원칙과 기준을 적용해 해결하려는 의지를 국제사회에 천명했다.

 그러나 이번 문서제출은 우리의 대륙붕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확인받는 절차인 만큼 주변국과의 최종 해양경계 획정과는 별개 사안이다. 따라서 최종적인 합의 도출을 염두에 둔, 경계획정 작업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제부터 CLCS 심사 및 권고 결과를 바탕으로 더 치밀하게 이해당사국과의 대륙붕 경계획정 교섭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권리 위에서 잠자고 있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법언(法諺)이 새삼 생각나는 시점이다.

김 현 수 인하대 교수·해양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