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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테마주 예고된 몰락 … 개인들 17조 손해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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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대통령 선거는 끝이 나지 않았다. 적어도 주식시장에서는 그렇다. 19일 대선이 끝나면 완전히 사그라질 줄 알았던 정치 테마주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바뀐 ‘테마’가 새로운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

 야권 단일화 후보를 포기하면서 내리막길을 걷던 안철수 전 후보 관련 테마주가 그렇다. 이번에는 ‘야권 정계 개편의 핵’으로 테마를 바꿨다.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안 전 후보가 내년 4월 재·보선의 야권 핵심세력으로 떠올랐다.

 안 전 후보 테마주로 묶이면서 주가가 급등락했던 써니전자는 대선 다음날인 20일, 장중 주가가 9% 가까이 떨어지며 873원까지 밀렸다.

그러나 안 전 후보의 다음 행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상승 반전, 상한가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부터 26일까지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1665원에 거래를 마쳤다. 20일 저점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급등한 셈이다. 안 전 후보가 만든 안랩을 비롯해 다믈멀티미디어·오픈베이스·우성사료 등도 대선 전 하락세를 마감하고 상승 반전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과학기술부와 해양수산부 부활과 관련한 종목도 들썩이고 있다. 박 당선인은 조만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선을 발표할 예정인데, 이때 과기부와 해수부 부활 등이 조직개편안에 담길 것이란 전망이 높다. 인수위는 내년 1월 초 정부 조직개편안을 마련하고 중순께 관련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26일 증시에서 과기부 부활과 관련해 대한과학·영인프런티어 등은 장중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가 1~4% 상승 마감했다. 해수부 부활과 관련된 항만 물류 솔루션 제공업체인 토탈소프트, 항만 하역 전문기업인 동방 등은 이날 상한가로 거래를 마쳤다.

 이런 정치 테마주에 편승한 투자로는 돈을 벌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상승률만 보면 ‘대박’을 낼 수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쪽박’ 차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테마주로 알려진 총 150개 종목의 주가를 지난해 6월부터 지난 21일까지 조사한 결과, 이들 주가는 일반적인 시장 흐름에서 크게 벗어난 비정상적인 현상을 보였다. 테마주는 평균적으로 보통 주식보다 과도하게 올랐고, 주가 변동폭 또한 매우 컸으며, 손바뀜도 매우 잦은 투기적인 특징을 보였다.

 분석 기간 동안 이들 테마주의 최저가 대비 최고가의 상승률은 평균 302%였다. 써니전자(3146%)·에스코넥(1110%)·우리들생명과학(1064%)·바른손(1044%) 등은 1000% 넘게 올랐다.

그러나 이들 테마주는 대선을 앞둔 이달 초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21일 기준 주가는 최고가에 비해선 53% 떨어졌다. 가장 비싼 가격에 매수해 21일까지 들고 있었다면 원금의 절반 넘게 까먹은 셈이다. 특히 금감원이 분류한 대표적인 인맥 테마주(15개)와 정책 테마주(15개)는 이달 들어서만 21~32% 하락했다. 테마주의 시가총액은 총 21조1000억원(2011년 6월 1일)에서 최고 41조6000억원까지 늘었다가 현재 24조3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고가 대비 17조3000억원이 날아간 셈이다.

 매매 시점을 잘 잡기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환상에 불과했다. 금감원은 최저가 대비 최고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써니전자의 사례를 들었다.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반도체 관련 부품 제조업체인 써니전자는 올 3월 말께 송태종 대표이사 부사장이 안랩(옛 안철수연구소) 출신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되며 주가가 급등했다. 3월 말 700원에도 못 미치던 주가는 8월 말 1만1700원까지 급등했다.

그러나 테마주 편입 후 주가 급등기(4월 3일~8월 24일)에 매매에 참여한 총 10만5000개의 계좌 가운데 3분의 1(37%) 넘게 원금을 까먹었다. 계좌별로 평균 56만원씩 손실을 봤다.

 금감원 관계자는 “테마주 투자는 주가가 내리는 경우뿐 아니라 오르는 경우에도 위험이 크다”며 “주가 변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매매 시점을 찾기 어려워 대부분 손실을 입는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테마주는 실체 없는 허상에 불과하다”며 “상승률만 보고 테마주에 달려들기보다는 실적이 받쳐주는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 훨씬 돈 벌 확률이 높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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