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중 女직원에게 "분위기 살게 여자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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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A씨(28·여)는 회식자리가 불편하다. 남자 상사가 “가까이 와서 앉으라”며 이상한 눈빛을 보내거나 은근 슬쩍 성적인 농담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노래방에 가면 “분위기 살리게 여자가 불러보라”고 대놓고 말하기도 한다. A씨는 그럴 때마다 모르는 척한다. 공연히 분위기를 흐리거나 상사에게 찍힐까 두려워서다.

 성희롱을 경험한 공공기관 직원 10명 가운데 9명은 그냥 참고 넘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여성가족부는 한국리서치·중앙대에 의뢰해 정부·지자체·학교 등 공공기관 직원 79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2년 공공기관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성희롱 피해자의 90.8%는 “참고 넘어간다”고 답했다. 동료가 피해를 당하는 것을 목격했어도 80%는 모르는 척 넘어갔다. 이유는 ‘업무·인사고과상 불이익 우려’가 29%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지에 대한 의구심(27.5%), 소문·평판에 대한 두려움(17.4%),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거나 잘 몰라서(7.2%) 등이었다.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14.5%나 됐다.

 공공기관이지만 성희롱에 대한 대비는 미흡했다. 기관 내 성희롱 전담기구의 예산은 평균 62만9000원으로, 예산이 전혀 없는 기관도 24.7%나 됐다. 전임상담원이 없는 기관도 29.4%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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