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자본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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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올해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 규모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발 재정위기에 따른 주식시장 침체로 IPO를 연기·보류하거나 유상증자를 포기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커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시간은 더 미뤄질 수 있다.

 25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전체 IPO 규모는 4664억원으로 IMF 외환위기 여파가 미친 1998년(3000억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IPO 규모는 세계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에도 7000억원 규모로 올해보다 많았다.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것은 2010년으로 4조3000억원이었다. IPO와 함께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인 유상증자는 올해 들어 11월까지 1조1090억원의 실적을 보였고 12월 들어 대한전선 등 5건의 유상증자로 4663억원이 늘었다. 유상증자도 올해는 거의 마무리됐다.

 유상증자 규모가 1조원대에 그친 것은 93년 이래 20년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최저 실적은 93년 3조1000억원이었고 IMF 외환위기 여파가 닥쳤을 때도 유상증자 규모는 오히려 늘었다. 97년 3조8000억원에서 98년 13조9000억원, 99년 37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세계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에도 유상증자 규모는 4조3000억원으로 올해와 큰 격차를 보였다.

 올해 IPO와 유상증자 규모가 사상 최악의 실적을 보인 것은 유럽발 재정위기로 경기침체가 닥쳐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주가가 높아야 IPO나 유상증자로 자금 융통이 쉬운데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없다 보니 IPO나 유상증자를 미루는 일이 많았다.

 올해는 산은금융지주·미래에셋생명·현대오일뱅크 등 대어급 공모주의 상장이 예상됐지만 줄줄이 연기됐다. IPO·유상증자는 주로 중소형주가 자금 조달 방법으로 이용하는데 올해 주식시장이 삼성전자 등 대형주 위주로 움직인 것도 한 이유로 꼽힌다. 시중금리가 낮아 은행이나 회사채 발행이 용이한 점도 있었다.

 내년에는 세계 경기 회복 가능성에 따라 IPO·유상증자 등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동양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내년 IPO 시장 규모는 2조5000억~3조5000억원 규모로 예상한다”며 “한국거래소가 중소기업 상장 활성화 정책을 내놨기 때문에 코스닥시장에서 상장을 준비하는 중소기업도 이전보다 상장이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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