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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이 문제] 북천안IC 실효성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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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천안IC에서 아산까지 이동거리 15.5㎞, 평균 이동시간 27분. 천안IC에서 아산까지 이동거리 8.6㎞, 평균 이동시간 10분. 어느 곳을 이용하시겠습니까” 경부고속도로 북천안IC가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IC만 개통됐을 뿐 연계도로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주변 도로까지 영향을 미쳐 심각한 교통체증을 유발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서울의 한 물류회사에서 근무하는 김상태(36·가명·운전기사)씨는 일주일이면 서너 차례 납품을 위해 아산을 간다. 김씨는 최근 북천안IC가 개통되자 천안 시내를 경유하지 않고서도 아산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자주 이용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천안IC를 이용한다. 천안IC가 북천안IC를 이용했을 때보다 시간·거리상으로 훨씬 가깝기 때문이다. 대전에서 매일 삼성전자 계열회사로 출장을 다닌다는 최태영(43·가명·무역회사)씨 역시 아산이라고 쓰여진 이정표만 보고 북천안IC를 이용했다가 낭패를 본 뒤로 다시 천안IC를 이용한다. 주말과 휴일의 경우 북천안IC를 나왔다가 국도 1호선 직산사거리에서 수 십여 분을 낭비한 경험 때문이다.

최씨는 “성환이나 입장을 가는 차량 외에는 북천안IC를 이용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데 왜 북천안IC를 개통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대부분 성환이나 입장이 아닌 천안과 아산지역에 소재한 산업단지와 아산신도시 일대를 가는 차량인데 북천안IC에 아산 이정표를 넣은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북천안IC가 개통됐지만 아산으로의 연계도로망이 미흡해 운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북천안IC(왼쪽)와 아산까지의 이동경로 약도. [조영회 기자]

15.5㎞ 구간 가는데 신호등만 14개

고속도로와의 접근성은 좋아졌다고 하지만 실제 운전자들은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같은 시각, 같은 시속으로 천안IC와 북천안IC에서 나와 아산으로 이동하는 화물차량의 이동거리과 시간을 측정한 결과 시간과 거리, 신호등 개수 모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오전 9시 44분. 북천안IC에서 나온 한 화물차가 시원하게 뚫린 국도 34호선(왕복 4차선)을 타고 나온 지 5분만에 국도 1호선과 만나는 수월교차로(삼거리)에 도착했다. 좌회전 신호를 받아 국도 1호선에 들어선 차량은 직산사거리를 200여 m 앞두고 두고 신호 대기 차량과 함께 줄지어 섰다. 출근시간이 지난 이후여서 그나마 정체현상은 심각하지 않았다. 두 차례 신호를 대기한 차량은 직산사거리를 통과한 후 메가마트 삼거리에서 번영로로 접어 들었다. 이후 종합운동장까지 서너 차례 신호등에서 서다 가다를 반복한 차량은 천안종합운동장 사거리에서 우회전 후 아산시 음봉면 산동사거리에 도착했다. 북천안IC에서 산동사거리까지 15.5㎞ 구간을 가는데 걸린 시간은 27분(평균 시속 70㎞), 신호등만 14개에 이른다.

반면 같은 시각 천안IC를 나온 화물차가 IC 입구를 나온 후 곧바로 천안대교를 넘어 천안터널을 통과한 후 신호 한번 받지 않고 삼성대로를 내달려 성성고가교를 타고 번영로로 들어서 천안종합운동장을 거쳐 산동사거리까지 걸린 시간은 10분(평균 시속 70㎞). 이동거리는 북천안IC 보다 무려 6.9㎞가 가까운 8.6㎞에 불과하다. 특히 최근 들어 천안IC에서 제4산업단지를 연결하는 삼성대로 전체 구간이 개통되면서 물류수송 차량들의 교통여건이 더욱 개선됐다. 삼성대로와 번영로를 연결하는 성성고가교(길이 579m)가 뚫리면서 삼성대로를 이용하는 차량들이 신호대기 없이 소통이 가능해졌다. 천안IC에서 산동사거리까지 신호등은 6개로 북천안IC 구간 보다 8개가 적다. 여기에 직산사거리의 교통정체까지 감안하면 북천안IC와의 이동시간은 크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도로공사 북천안IC 영업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평일의 경우 평균 5350대, 주말에는 4412대의 차량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화물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이른다. 다른 지역 IC보다 화물차 이용이 10~20% 높다. 화물차 대부분이 천안·아산지역 산업단지를 이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아산을 잇는 우회도로가 절실하다.

개통 후 국도 1호선 하루 종일 정체

북천안IC는 이밖에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경기도 평택과 천안 북부, 동남부 지역을 잇는 국도 1호선이 북천안IC 개통 이후 하루 종일 극심한 교통정체를 빚고 있다. 특히 직산사거리 일대 정체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북천안IC를 이용하는 운전자나 국도 1호선을 이용해 경기도로 가는 운전자 사이에서는 직산사거리 일대가 가장 피해야 할 구간으로 인식할 정도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북천안IC만 개통해 놓고 기존의 아산을 잇는 연계도로 계획을 취소한 점이 가장 큰 원인이다. LH는 당초 성환읍 매주교차로~아산시 음봉면 산동사거리까지의 우회도로(8.9㎞)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획을 취소하면서 직산사거리의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LH가 북천안IC를 개통할 당시만 해도 천안IC의 교통량을 분산시킬 수 있는데다 아산시와 아산지역 기업들의 교통불편을 해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개통 한 달여 만에 반쪽 개통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도 1호선은 충남테크노파크를 비롯한 인근 입주 기업과 아산 탕정 삼성디스플레이 단지, 천안2·3·4산업단지에서 나오는 물류 차량과 일반 차량의 주요 통행로다. 여기에 북천안IC 연결도로 역할까지 담당하면서 차량 통행이 급증, 출퇴근 시간대는 물론 평일에도 차량들이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다. 명절이나 주말, 휴일의 경우 교통혼잡은 더욱 심하다.

천안시가 국도 1호선 정체구간에 대한 개선책을 찾고 있지만 지지부진하다. 직산사거리를 중심으로 한 국도 1호선 확장도 예산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차선책으로 직산사거리 입체화가 추진되고 있지만 예산확보를 하더라도 2017년쯤에나 완공될 것으로 보여 그동안 운전자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할 형편이다.

김동녕 단국대(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북천안IC 개통 자체는 고속도로와의 접근성과 지역발전 측면에서 좋다고 본다. 하지만 주변 연계도로의 상황을 충분히 감안한 광역교통 체계를 구축하는 노력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 천안시와 아산시 등 지자체와 LH, 국토부가 직산사거리 입체화 사업과 주변 연계도로망 계획을 추진해 지역주민과 운전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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