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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베트남과 더 친해지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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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임홍재
전 주베트남 대사

내일(22일)은 한국과 베트남이 외교관계를 수립한 지 20주년이 되는 날이다. 20년 전 우리는 북방외교를 통해 공산권 국가들과 외교관계를 수립하려던 때였고, 베트남은 미국·중국 등의 제재로 경제가 극도로 피폐해지면서 과거의 적대 국가들과 관계 개선을 추진했던 시기였다. 수교는 두 나라로서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다. 베트남은 경제발전 모델로 한국을, 한국은 역사적·문화적·지정학적 배경이 유사한 베트남을 각각 새로운 파트너로 얻었다.

 그동안 두 나라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정상급 교류 20 회, 각료급 교류 200여 회 등 정치외교 면에서 명실상부한 우방이 됐다. 양국 간 무역 규모는 연 200억 달러에 달하고, 한국은 베트남 내 2위 투자국이자 3위의 원조국이 됐다. 60만 명 이상의 양국 국민이 오가고, 양국에는 각각 13만 명이 상호 거주한다. 우리는 3만7000여 명의 베트남 며느리를 맞이한 ‘사돈의 나라’이기도 하다.

 프랑스·미국·중국과 전쟁을 치르면서 개발의 기회를 놓친 베트남은 2001년 사실상 시장경제를 선언한 이후 개인의 창의와 경쟁을 존중하면서 매년 평균 7% 이상의 고도성장을 달성해 왔다. 2008, 2009년 경제위기를 겪는 등 시장경제의 경험이 짧아 아직 내부적으로 취약점도 많지만 베트남의 발전 잠재력은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역사와 문화의 뿌리가 깊고 정치·사회가 안정돼 있으며 국민들은 근면하다. 쌀 수출 2위, 커피 생산 2위 등 자원이 풍부해 차세대 신흥시장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새롭게 떠오르는 국가그룹으로 ‘CIVETS(콜롬비아·인도네시아·베트남·이집트·터키·남아공)’를 언급하면서 베트남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프랑스의 정치경제학자인 자크 아탈리는 그의 저서 『미래의 물결』(2007년)에서 베트남이 정치·금융·교육을 개혁하면서 인프라를 구축하고 부패를 척결한다면 2025년에 아시아 3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동남아 진출 미국 기업들도 생산시설 이전 대상지로 베트남을 가장 선호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앞으로 양국 관계를 바람직하게 지속해 나가려면 몇 가지 전략적 고려를 해야 한다. 첫째는 우리는 베트남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2020년 공업화·현대화 목표를 달성하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의 발전 경험과 지식을 베트남과 공유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베트남을 돕는 것은 우리를 돕는 일이기도 하다. 베트남에는 2500여 개의 우리 기업이 진출해 있을 정도로 두 나라 경제는 이미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로 발전했다. 이런 점에서 지난 8월 협상 개시를 선언한 한·베트남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조기에 체결되기를 기대한다.

 둘째는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3만7000명의 베트남 다문화 여성들을 잘 보살펴야 한다. 이들에게 불행한 일이 있을 때마다 베트남 국민과 지도자들은 많은 걱정을 한다. 딸 시집보낸 부모의 마음이다. 우리를 신뢰하고 좋아하는 베트남 국민들에게 한국민이 자국 여성을 소중히 배려한다는 소식이 자주 전해진다면 두 나라는 더욱 돈독해질 것이다. 아울러 다음 총선에서 베트남 여성이 국회에 진출했다는 낭보도 기대해본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풍습에 대해 좀 더 알아야 한다. 요즘 베트남에서는 한류가 왕성하게 확산되고 있다. 우리의 역사와 언어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베트남 알기 노력은 아직 미흡하다. 한 일본인이 베트남 중부의 콘툼 지역 소수민족을 17년간 연구한다는 기사를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우리도 이제 정부와 민간기업이 베트남 연구에 좀 더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해주기를 바란다.

임 홍 재 전 주베트남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