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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주택, 임대형 전환 … 분양 활성화 기여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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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부동산·금융 정책은 ‘서민 살리기’에 초점을 맞췄다.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 반값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하우스푸어·렌트푸어 같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중산층·서민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부동산 공약은 ‘행복주택 프로젝트’다. 철도 부지를 활용해 아파트·기숙사·상업시설을 건설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국유지를 활용하므로 기존 시세 대비 절반 이하의 임대료로 공급할 수 있을 전망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착공해 임기 안에 대학생용 기숙사 2만4000채를 포함해 총 20만 채를 수도권에 공급한다. 전·월세 가격이 급등한 지역을 대상으로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도 추진한다.

 집을 가졌지만 곤궁하게 사는 ‘하우스푸어’와 전·월세 부담이 큰 세입자인 ‘렌트푸어’에 대해서는 금융 지원을 통한 주거권 보장에 무게를 뒀다. 하우스푸어 대책으로는 ‘지분매각제도’를 도입한다. 빚을 못 갚는 집주인이 지분 일부를 공공기관에 넘기는 대신 수수료를 내는 방식이다. 집의 소유권을 유지하면서도 대출금을 해결할 수 있다. 렌트푸어를 위해서는 집주인이 보증금을 은행에서 빌리는 대신 세입자가 이자를 부담하고 정부가 각종 세금을 면제해주는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를 도입한다.

 박 당선인이 주거 안정만큼 공을 들이는 부분이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다. 부동산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올해 11월까지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평균 3.6% 하락했다.

 박 당선인은 기본적으로 “과거와 같이 부동산 가격이 뛸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인식한다. 집값이 뛸 일이 없으니 “(새 아파트 분양가 상한선을 규제하는) 분양가상한제는 폐지해도 좋다”고 본다. 전반적으로 무리한 부동산 경기부양은 하지 않지만 주택거래 활성화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보금자리주택을 임대형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이었던 보금자리주택 사업은 수도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풀어 주변 시세보다 80% 이상 싸게 분양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주택자가 보금자리주택을 기다리며 집을 사지 않아 거래 활성화를 막는 주범으로 꼽혔다. 나비에셋 곽창석 사장은 “보금자리주택을 매매가 아닌 임대로 공급할 경우 민간 분양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그간 여러 부동산 대책이 나왔고, 주택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이라 예전과 같은 부동산 경기 활황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권 최대 현안인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민행복기금’을 내세웠다. 부실채권정리기금의 잉여이익과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고유계정 차입, 신용회복기금 재원 등을 활용해 1조8000억원을 마련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18조원 규모의 정부 보증 채권을 발행한다는 것이다. 이 돈으로 320만 명에 달하는 신용불량자의 빚을 줄여주고, 고금리 대출을 받고 있는 다중채무자의 대출을 연 10%대의 장기대출(1000만원 한도)로 갈아타게 해준다.

 하지만 이런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박 당선인의 부동산·금융정책이 서민과 사회적 약자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퍼주기’ 식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이다. 가계부채 해법의 경우 정부가 빚을 탕감해준다면 성실하게 빚을 갚는 채무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고, 임대주택 20만 호는 대규모 부채를 떠안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빚 부담을 더 늘릴 수 있다. 재원 마련을 위해 발행한 정부 보증 채권이 부실화되면 결국 공적자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점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이미 하우스푸어를 위한 대책이 많이 나온 상황에서 또 다른 대책이 필요한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 하우스리스(Houseless)와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일한·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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