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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에서 끓였나 … 국물 맛이 끝내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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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신라면 블랙컵의 모델 싸이가 제품을 들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리는 모습. [사진 농심]

농심의 ‘신라면 블랙컵’은 ‘경기 침체+1인가구 증가’로 덕을 본 경우다. 봉지 라면과 달리 컵라면의 경우 편의점 등 밖에서도 저렴하게 한 끼 식사로 대체할 수 있고, 물만 부은 뒤 기다리면 먹을 수 있어 편리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AC닐슨에 따르면 신라면 블랙컵의 10월 매출은 약 20억원을 기록했다. 9월 매출인 15억원에 비해 30%가량 늘어난 수치다. 한 대형마트의 11월 컵라면 판매 기록에서는 신라면 블랙컵이 신라면컵, 육개장 사발면에 이어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농심 제품마케팅 부문의 이대진 상무는 “1인 가구와 편의점의 증가로 용기면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신라면 블랙컵의 인기가 오히려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라면 블랙컵은 지난해 5월 전남 여수에서 열린 세계여수박람회를 기념해, ‘세계가 좋아하는 한국의 맛’을 컨셉트로 출시됐다. 라면을 먹을 때 매콤하고 얼큰한 맛 이외에도 설렁탕이나 사골곰탕을 먹는 것처럼 구수하고 깊은 맛을 내겠다는 복안이었다. 출시 당시 여수박람회 홍보관에서 내국인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시식회를 해 호평을 얻었다. 출시 당시 이름은 ‘블랙신컵’이었지만, 지난 8월 이름은 ‘신라면 블랙컵’으로 바꿨다.

맛과 함께 용량도 키웠다. ‘한 끼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상품으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해서다. 흔히 컵라면은 출출할 때 간식용으로도 많이 먹는다. 하지만 블랙컵은 “기존 용기면과 비교해 중량이 101g으로 1.5배 커졌기 때문에 간식보다는 식사용으로 적합하다”는 게 농심의 설명이다. 블랙컵은 실제로 편의점에 많이 비치돼 있는 신라면 소용량 컵과 비교해도 40%가량 크다.

신라면 블랙컵의 장점은 끓여 먹는 봉지라면 맛을 그대로 컵라면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봉지라면은 물을 100도로 끓인 뒤 면과 분말 수프, 건더기 수프를 넣기 때문에 면이 잘 익고 국물 맛이 깊은 게 특징이다. 반면 컵라면은 80~90도가량의 뜨거운 물을 붓고 3~4분 정도 기다리는 방식이기 때문에 면이 꼬들꼬들한 반면 국물 맛은 비교적 가볍다.

신라면 블랙컵은 이런 컵라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물 맛을 살리는 데 주안점을 뒀다. 농심이 특허 출원한 돈골수프제조 공법을 컵라면으로는 처음 적용했다. 우선 분말 수프에 들어가는 재료를 가마솥에서 우려내는 공법으로 만들어 구수한 맛과 향을 살렸다. 그러면서도 매콤한 맛이 잘 어우러지도록 신경을 썼다.

미국의 유명 라면 블로거 한스 리네시는 신라면 블랙컵을 먹은 뒤 “먹어본 것 중에 가장 뛰어난 국물 맛이다. 매운 한국 라면을 좋아한다면 이것은 당신을 위한 라면”이라고 평한 바 있다.

양념과 면발에도 신경을 썼다. 또 수프에 버섯, 양파를 비롯한 각종 양념 야채가 들어가 있다. 컵라면으로는 처음으로 밀가루에 국내산 쌀을 섞어서 면발을 만들었다. 씹었을 때 일반 면발과 비교해 더욱 쫄깃하고 탱탱한 맛이 나도록 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신라면 블랙컵의 광고 모델로 월드 스타 싸이가 나오며 인기는 더 높아지고 있다. 농심은 해외에도 잘 알려진 싸이를 통해 해외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에서도 지난 11월부터 한인 방송을 중심으로 싸이가 촬영한 블랙컵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LA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판매 중이다.

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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