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랑 정류장 표시만 있는 곳 많아 … 비·눈 오면 피할 곳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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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아 백화점 맞은편 버스 정류장에서 한 승객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아산시청 맞은편 버스정류장 모습. [조영회 기자]

천안·아산 지역 버스승강장에 지붕과 바람막이 차단벽이 설치돼 있지 않은 곳이 많아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불만이 높다. 최근 들어 폭설과 한파가 겹치면서 칼바람을 피할 수 없는 버스승강장에 대한 개선 요구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낮인데도 바람을 피할 수 없어 추워요. 그렇다고 앉아서 기다릴 의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 주변에는 눈이 쌓여 다니기도 너무 불편해요.”

13일 오후 1시40분. 아산시청 맞은편 시내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정소희(28·여)씨는 승강장에 대한 불만을 이렇게 토로했다. 온천동에 거주하고 있는 정씨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3살 된 딸을 데리고 이곳을 찾는다. 하지만 그때마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불편을 느낀다고 한다. 실제로 이곳은 폭설이 내린 지 며칠이 지났지만 기본적인 제설작업조차 돼 있지 않아 미끄러웠다. 유개 승강장을 설치할 수 있는 여유 공간도 있지만 간이 의자조차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이 정류장은 현재 총 4개 노선 30여 대의 버스가 운행 중이다. 배차간격은 평균 25분. 이 정류소를 이용하는 승객은 하루 평균 200여 명이다.

“주로 낮 시간대에 이용하기 때문에 배차간격이 긴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버스정류장’ 표지판이 정류장 시설의 전부라는 게 불만스러워요. 이쪽에서 버스를 타는 승객들도 꽤 많은데 말이죠. 시청과 우체국을 이용하는 승객들을 위해 편리한 승강장이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아산 신도시 연화마을에서 만난 방은희(33·여)씨도 정씨와 같은 불만을 갖고 있다. 방씨는 일주일에 서너 번 온양온천 방향 버스(990·991)를 탄다. 하지만 버스정류장이 유개 승강장이 아닐뿐더러 인도가 없어 차도에서 기다리게 돼 걸어서 5분 거리의 한 구간 앞 정류장을 이용하고 있다.

“21번 국도의 시작 지점이라 차량 소통이 많아요. 차도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덤프트럭의 경적을 듣고 놀란 경험도 많죠. 급하지 않으면 설화예고까지 걸어가 버스를 타고 있어요.”

아산시에 따르면 관내에는 총 953개소의 시내버스승강장이 있다. 이 가운데 지붕이나 벽 등을 갖춰 눈·비와 바람 등을 피할 수 있는 유개 승강장은 561개소다. 설치율이 59%에 그치고 있다. 도심지역은 6개 동 가운데 절반이 지역 평균 설치율보다 낮아 더욱 열악하다. 온양4동은 유개 승강장 설치율이 54.4%로 지역 평균에 근접해 있지만 온양 2동과 5동은 설치율이 각각 30.7%, 35.5%에 그쳐 아산 전체에서 최하위권이다. 시 관계자는 “한여름이나 겨울에는 승객들의 불만이 더욱 높아지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올해에는 3억여 원을 투입해 20개 소의 유개 승강장을 설치했으며 내년 역시 비슷한 규모의 예산으로 유개 승강장을 점진적으로 확대 설치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천안의 경우도 마찬가지. 천안은 총 1105개 소의 시내버스 정류장 중 50% 미만인 508개 소에 유개 승강장이 설치돼 있다. 그나마 천안은 아산과 달리 도심지역의 유개 승강장 설치율이 60%로 높은 편이지만 시민들의 불만은 다르지 않았다. 특히 유동인구가 많은 갤러리아 백화점 앞 버스 정류장은 불편 민원이 끝없이 제기돼 시 관계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같은 날 오후 4시 갤러리아백화점 맞은편 버스 정류장(아산방면)에는 장을 보고 나온 대여섯 명의 시민들이 버스를 타려고 차도에 줄을 서 있었다. 왕복 4차선 도로 확장공사를 진행하는 탓에 인도가 설치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시민들은 차도 한옆에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갤러리아백화점 바로 앞에 지어진 유개 승강장과 대조된 모습이었다. 줄을 서고 있던 이서영(29·여)씨는 “이곳은 공사만 수년째 하는 것 같다. 버스를 기다릴 때면 큰 트럭들도 많이 지나다녀 사고가 날 뻔한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다”며 “몇 번이나 시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건 ‘어쩔 수 없다’라는 답변뿐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명창 천안시 대중교통 담당은 “현재 도로공사는 LH쪽에서 하고 있어 유개 승강장을 설치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갤러리아 바로 앞 버스 정류장은 백화점 쪽에서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만들었지만 반대편 정류장은 공사가 진행 중이라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갤러리아백화점과 LH와 협의를 통해 내년에는 유개 승강장을 설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곳 이외에도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곳부터 유개 승강장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글=조영민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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