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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이 움튼다 「코리아」의 고동 함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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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하늬바람이 매서울수록 봄의 숨결이 가빠간다. -겨울이면 봄도 멀지 않으리-. 얼어붙은 겨울의 노래 속에 봄의 소리가 해살 친다. 해빙은 현해탄의 「알레그로」로부터 움트리라. 「공동 번영」-. 한·일의 실마리를 새 기운으로 움틔우는 것도 이봄의 과제-. 1차 5개년 계획이 마지막 「피치」로 매듭짓는 것도 병오 새봄에 다져 질 건설보다. 하지만 우리에겐 2천「마일」 밖에 또 하나의 전장을 가졌다. 영하 20도의 155「마일」 전선도 우리 것이지만, 화씨 90도로 끓는 「베트남」 사주전선도 조국의 젊은 피가 새겨지는 우리의 전선-. 피로써 가꾸는 자유의 나무가 이봄에 더욱 푸르르리-. 우리 온 누리가 활개를 편다. 움츠렸던 죽지를 뻗어 「코리아」의 봄은 세계의 봄 속에서 맥락을 더듬는다. 세계는 넓고 봄의 설계는 벅차다. 남태평양이 있고 남미가 있고 「저머니」의 검은 땅도 우리의 청사진이 축을 꽂는 곳-. 기지개를 켠 「코리아」의 고동은 구보로 새봄을 맞는다. <장>

<명절은 아이들의 날…어딜가도 즐겁다>
명절은 아이들의 날이다.
어딜가도 화사한 풍경이 눈에 띈다.
우중충한 겨울에 눈부신 꽃물결. 하다 못해 인견으로나마 아이들은 꽃차림을 하고 나선다. 그리고 모두들 즐겁고 기뻐한다.
이날,
축제는 언제나 푸근한 인상이다.
훈훈한 영하다.
모두 마음이 누구러지는 날.
맑은 향기의 명주옷,
오히려 찬란한 옥색의 깃으로
수굿이 절을 하고 또 하고
빙그레, 빙그레….
약주엔 맛이 들고 향기가 앉고,
그 설레임에 어리는 순박함.
코 줄줄이 「바위」도 할아버지 앞에, 그 아슬한 기억으로 술잔을 올리며 눈감는 잠시-.
우리에겐 이런 날이 며칠이나 있는지,
평생 몇 날이나 있는지….
줄곧 으시시하고, 심드렁하고, 때로는 슬프기까지 한데, 그런 나날인데.
아이들은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그 어른의 긴 수염을 만지듯
희한한 기쁨으로 충만한다.
이날,
가난한 마을의 축제는, 가난한 마음들의 아름다움으로 꽃피는 잔치.
하늘에 나부끼는 주홍 댕기를 보라.
목련같은 웃음들, 아이들의 미소들을 보라.
나부끼는 「태평 세월」.
잠시 잊어도 좋지.
지구의 어느 곳에 있을 포성과 공포와 초련과 그 먹구름.
그러나 잊을 수 없는
극동의 이 조촐한 풍경아.
이 꽃 마음들아.
어른들은 예쁜 아기를 훌쩍 안아주듯이
곱게 딸의 머리에 댕기를 여며 매어주듯이,
아이들이 새 옷, 때때옷에 팔을 집어넣듯이,
그 첫나들이와 얼굴이 달아오르는 그때의 순결한 환희로,
훈훈한 가슴으로, 매일을 살자.
살면 살지,
찬 하늘에 퍼지는 목련 웃음에,
따뜻한 빛깔의 꽃물결에,
그리고 가난한 골목에서
이 환희의 비상이여. 기쁨의 날개여.
고양군 지도면 행주외리에서
조용훈 사진 최종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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